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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주인 허락 없이 분묘기지권 취득했어도… “토지 사용료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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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9 17:00:00 수정 : 2021-04-29 15: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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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땅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20년간 묘를 관리해 묘에 대한 권리를 얻어냈다 하더라도 토지 사용료를 땅 주인에게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땅 주인 A씨가 해당 땅에서 조상 묘를 관리하고 있던 B씨를 상대로 낸 지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4년 자신의 땅에서 조상 묘를 관리하고 있던 B씨에게 토지 사용 대가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당시 A씨는 경매절차를 통해 경기 이천시의 한 땅을 사들였는데, 그 땅에 B씨 조부와 부친의 묘가 있었다.

 

A씨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2014년 10월부터 본인이 갖게 된 이상 B씨가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자신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으므로 토지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맞섰다.

 

B씨가 주장한 분묘기지권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인정되는 관습법이다.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은 경우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타인에게 매매하며 묘지 이전에 대해 약정하지 않은 경우 △토지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해당 땅에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인정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경우는 세 번째 경우다.

 

1심 재판부는 시간 경과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면 토지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분묘기지 부분에 대한 지료조차 지급받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관습적으로 분묘기지권을 인정한 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 사용을 허락한 것이었을 뿐 땅 주인과 분묘 소유자 중 어느 한 편의 이익만 보호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분묘기지권은 고유한 전통과 관습에 근거해 인정된 것임으로 권리 내용이 민법상 지상권과 동일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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