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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딸 23년간 돌보다 살해한 엄마…그는 왜?

입력 : 2021-04-29 15:23:56 수정 : 2021-04-29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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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사망하면 딸이 사회적 냉대 속에 살아갈 것을 우려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조현병’에 걸린 딸을 23년간 돌봐온 엄마가 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정신분열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집에서 자고 있던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인 딸은 지난 1997년쯤 조현병 등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중학생이었던 딸이 정신분열병을 앓게 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간호에 힘썼다.

 

하지만 딸의 증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정신질환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하고 치료가 어려우면서도 정상적인 눈으로는 믿기 힘든 게 ‘조현병’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런 딸을 23년간 돌봤으나 차도가 없자 살인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법정에 서게된 A씨는 자신이 당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등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최성보 정현미 부장판사)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보호와 치료에 전념하다가 자신도 우울증에 걸렸고, 자신과 배우자가 사망하면 피해자가 사회적 냉대 속에 살아갈 것을 우려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아버지인 배우자가 선처를 호소하는 점, 피고인이 죄책감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감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명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피고인에게는 독자적 인격권을 가진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을 권한이 없다”며 “같은 처지에 놓인 부모들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실형을 유지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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