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9일 “김무성 전 대표는 민주적 헌정질서를 복구할 수 있도록 탄핵 외에 방법이 없음을 이해했다고 믿는다”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결정적인 순간이 되어버린 2016년 초겨울의 만남을 떠올렸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탄핵 발의를 앞두고 11월30일 아침, 비박계의 지도자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났다”고 적었다. 이어 “엄격한 증거법리로 재판하는 형사책임과 달리 탄핵재판은 헌법에 대한 태도책임을 묻는 ‘행상책임’이어서 조기에 탄핵결론이 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의 말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이러한 행상책임론을 경청하며 ‘형사X, 행상O’라고 수첩에 메모했다. 그가 적었던 ‘형사X’라는 글자는 나중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뜻이냐는 공격의 빌미가 되었다.
아울러 ‘민심 수용’이라는 데 김 전 대표의 이견은 없었고, 야3당의 탄핵소추안 작성에 이어 국회 통과를 위해 새누리당 내 일부를 동참시키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이 만남은 탄핵추진의 결정적 순간이었다는 게 추 전 장관 생각이기도 하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기각에 대비해 ‘계엄령 검토’가 있었다던 김 전 대표의 최근 한 시사언론과 인터뷰를 놓고는 “대통령의 자진 하야 약속은 진심이 아닐 수 있고, 헌정질서 대혼란으로 국민과 국가가 크게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지도자로서 시대와 역사적 운명 앞에 용기를 낸 만남이었다”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에서 촛불시민들께서 이뤄낸 탄핵을 부정하거나 설익은 사면론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럴수록 당시 숨겨진 비화들이 하나씩 둘씩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6년 초겨울 탄핵 정국이 몰아칠 당시, 본회의 가부를 떠나 이미 친박계 주류와 비박계 비주류 사이에 파인 골이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결과에 상관없이 한 지붕 아래에서 탄핵안을 발의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가 어떻게 정치를 하겠냐면서, 분당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는 쓰나미라는 관측이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20대 국회를 끝으로 자신의 6선 정치 인생에 쉼표를 찍으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저는 만나면 안 됐을 운명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되어 버렸다”고 괴로움을 토해낸 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를 잘못 관리한 책임은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부정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간곡히 부탁했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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