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차량의 지상 통행금지를 둘러싸고 택배 기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가 최근 택배기사 2명을 주거침임 협의로 고발한 가운데, 피고발 당사자인 전국택배노조 정찬관 조직국장은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고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정 국장은 29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한 분이라도 읽어주셨으면 해서 (53개 동 중) 3개 동에 (전단을) 돌리다가 그것도 도중에 중단되고 이후에는 아예 돌리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고발까지 할 정도 사안인가에 대해선 저희도 좀 섭섭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찰서에서 소환하라는 문자가 올 줄은 생각 못 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3일 아파트 측으로부터 택배노동자 2명이 집 앞에 인쇄물을 붙인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으로 처벌해달라며 112신고를 접수했다. 고발인은 아파트 측 보안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배포된 호소문은 단지 내 지상 도로 진입이 막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저탑용 배달 차량을 이용할 경우 택배노동자들의 고충 실태에 관한 내용이다.
정 국장은 “거기에 나쁜 의도를 가지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실제 그 공간은 공공 공간이라 일반 전단들도 평소에 많이 부착된다”며 “그렇다고 주거침입죄로 고발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아파트 측의 대응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정 국장에 따르면 이번 갈등 이후 택배 기사들이 배송 물품을 쌓아두고 고객에게 찾아가라고 하면서 일명 ‘택배 대란’이 발생한 이후 폭언 등이 담긴 문자 폭탄이 쏟아졌고, 이에 일부 택배 기사는 저항 차량으로 바꿔 배송하거나 길가에 차를 대놓고 수레로 배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국장은 15일째 현장 농성을 진행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주민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주민 중에는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된 부분이다’, ‘주민투표 등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해야 했다’, ‘같이 살아야지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분들이 실제로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국장은 “거기에 책임져야 하는 물류 택배사들, 그리고 다산신도시 이후에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 관리를 해야 했었는데 현재까지 전국에 319곳에 지상출입 금지 아파트가 존재한다는 걸 국토부가 통계를 냈다”며 “그런데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이 문제 중재나 대안을 내오지 않고 있다”고 주무 당국과 택배사가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침입’ 논란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환경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후퇴되는 현실을 감내해야만 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알린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고발을 당하고 경찰의 소환을 당해야 하는지 억울하고 분노스러울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도로 진입을 막았는데,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는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 차량이 있어 택배 기사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택배노조 측은 저상 차량을 이용할 경우 택배 기사가 허리를 깊이 숙인 채 혹은 기어 다니면서 일해야 해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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