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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vs “유예해야“… 당정, 가상화폐 과세 ‘엇박자’

입력 : 2021-04-29 06:00:00 수정 : 2021-04-29 0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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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제도정비 나섰지만…

홍익표 “불법·불공정 없도록 할 것”
김부겸 “선의 피해자 막는 건 의무”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 목소리 커져
언제부터 과세할지 놓고 의견 분분

野 “2030 분노는 조국사태 연장선
경제적 손실 없도록 뒷받침해줘야”
국내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6500만원대로 회복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뉴시스

‘코인민심’에 놀란 더불어민주당이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외치며 제도 정비에 돌입했다. 당정 모두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가상자산을 어떤 소득으로 분류해 언제부터 과세할지에 대해선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28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가) 화폐적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당정 이견은 없다”며 일각의 ‘당정 엇박자’ 논란을 일축했다. 홍 의장은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든 사람을 규제하자는 게 아니라,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제도적 미비로 인해 (투자자가) 불법·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문제와 관련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이 새로운 경제활동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오히려 과세하고 그것에 맞는 적법한 행위로서 대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은 ‘코인민심’의 핵심층인 2030세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로 표현하고, “투자로 볼 수 없으므로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도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해 코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맞닥뜨려서다. 민주당으로선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성난 2030’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동산정책 수정 등 여러 방면에서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다만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는 당내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 투자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물리겠다고 공언했고, 당내에서도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에 들어가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세를 미룰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 회의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러나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한 후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과세 유예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세를 논의하기 전에 가상자산을 법적 테두리 내로 들여와야 한다. 이런 게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내년부터 당장 과세하는 것은 유예하는 게 합리적이다. 2023년 주식시장에 과세할 때 함께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수익을 ‘기타소득’ 대신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해야 한다는 반발도 터져 나왔다. 복권 당첨금, 도박 상금 등 주로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불로소득의 성격이 강한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데, 가상화폐 투자수익은 도박 상금보단 주식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기타소득은 합산 공제액이 250만원에 불과하지만,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소득의 경우 공제액이 5000만원까지 늘어난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당장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즉각 수정돼야 한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의 재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청년층을 대변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올해 초 신규로 투자한 사람들의 60%가 전부 2030세대”라며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성 강한 거래라고 엄포만 놓고 세금을 물리겠다고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30 코인민심의 분노는 ‘왜 내가 가진 것을 규제하느냐’ 식의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공정이라는 키워드의 연장선상”이라며 “가상화폐를 정상적인 화폐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미) 자산적인 가치로 운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손실이 없도록 뒷받침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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