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화폐 대책을 둘러싼 당정 간 엇박자가 점입가경이다. 홍남기 총리 대행은 그제 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무형이지만 경제적 가치는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이라며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한 말과 맥을 같이한다. 집권여당 입장은 다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가상자산이 활용되면서 시장 참여자를 위한 세심한 정책적 접근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규제나 무관심이 아닌 정책적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갈등을 의식해 어제 홍 정책위의장은 “가상자산이 화폐적 성격이 없다는 데 당정 간 이견이 없다”고 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1분기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신규 가입자는 249만여명에 이른다. 빗썸 실소유주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가 하면,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지 30분 만에 10만% 상승하는 ‘이상 거래’도 속출한다. 심지어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실 소속 검사가 가상화폐 거래소로 이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던졌다고 한다.
투자를 넘어 가히 투기 수준의 광풍이 몰아치는 가상화폐 시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상화폐 거래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몫이다. 그렇다고 비정상적인 시장을 방관하는 것 또한 정부의 직무유기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정부의 의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가상화폐 시장 불안정은 국내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사회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정부가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면서도 내년부터 투자 수익에 과세하겠다는 건 모순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화폐 소득을 로또당첨금·경마배당금에 매기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거둬갈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2030세대를 의식해 과세 시기를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관련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 주무부처조차 정하지 못한 채 언제까지 실체 논쟁으로 허송세월할 것인가. 투자자를 보호하고 사기 피해를 근절하려면 주식시장 수준의 제재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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