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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이재명의 차별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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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8 23:00:02 수정 : 2021-04-28 2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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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참패 후 원심력 커져
백신·부동산 정책에서 독자 행보
정치권력의 비정한 속성 보여줘
친문 주자들 반격으로 전운 고조

2007년 10월 15일 저녁 대통합신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선 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노 대통령은 수화기를 건네받자마자 대뜸 가시 돋친 목소리로 “왜 전화를 했냐”고 쏘아붙였다. 청와대 측이 순화해 발표한 언론 발표문에도 노 대통령이 “앞으로 정 후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잘 껴안고 가기 바란다”고 말한 대목이 포함됐을 정도로 그날 통화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이 신당을 창당하는 등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며 당시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뒤틀려 버렸는지 알 수 있다.

정치권력의 비정하고 냉혹한 속성을 잘 보여주는 게 여권 대선후보의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다. 1987년 현행 5년 단임제가 탄생한 이후 임기말이 되면 여권의 대선주자는 어김없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곡선을 그리며 민심 이반이 시작되면 차별화가 본격화됐고, 지지율 하락 속도에 비례해 차별화 시기가 빨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후반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정면 충돌했다.

박창억 논설위원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 지사는 한동안 독자행보를 자제해 왔으나 이제는 정국 최대 현안인 코로나19 백신과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백신 문제와 관련해 이 지사는 경기도의 독자적인 접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촉구했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도 다주택자에게 세 부담을 가중해 1가구 1주택으로 유도한다는 당정의 기본 방향과 달리, 이 지사는 실거주 목적 2주택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얼마 전까지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는 여권 대선주자들이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에 기대려고 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그러나 4·7 재보선에서 여권이 참패하고 문 대통령 지지율도 30%대에 겨우 턱걸이하는 지경에 이르자 원심력이 커졌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정권유지’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는 것도 대선주자의 차별화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 지사는 문재인정부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이 지사 스스로도 차별화라는 지적에 손사래를 친다. 얼마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부 다름은 있겠지만, 의도에 의한 차별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차별화를 차별화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이다. 대선 길목에 문 대통령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 경선을 치르려면 친문(친문재인) 권리당원의 표심을 얻어야 하고, 문 대통령의 지지가 있어야만 친문을 껴안을 수 있다.

2007년 대선에서 친노 진영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했던 정 전 의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이 지사 측의 고민이다. 가뜩이나 친문 그룹의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은 상상 이상이다. 강경 친문 인사들은 이 지사와 함께할 수 없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내뱉는다. 한 친문 인사는 “이 지사가 후보가 되면 2007년 정동영 이상으로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강성 친문과는 거리를 두는 게 이 지사에게는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 친문이 이 지사에게 흡수되는 등 친문이 분화 조짐을 보이는 점도 이 지사에게 고무적이다. 최근 일부 상징적인 친문 인사들도 이 지사 지지 의사를 굳혔다고 한다. 이 지사의 전면적인 차별화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미 이 지사의 차별화를 둘러싸고 여권에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친문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다분히 이 지사를 의식한 행보다. 정세균 전 총리도 이 지사의 러시아 백신 도입 주장에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친문은 개헌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경선 연기 가능성도 흘리는 등 이 지사와의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이 지사의 차별화와 이에 대한 친문의 응전으로 여권은 조만간 소용돌이칠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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