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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작년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 … 5년간 분납 [이건희 유산 사회 환원]

입력 : 2021-04-28 18:57:17 수정 : 2021-04-28 18: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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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상속세 어떻게 내나

종전 국내 1위, LG 구본무 9000억원
신격호 4500억·조양호 2700억 뒤이어

개인재산·주식배당금 등 통해 재원 마련
30일 신고 납부와 함께 2조 우선 납부
부족분 대출 또는 납세보증서 제출 예상
28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고인의 유산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 납부와 소장 미술품 등의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켐핀스키 호텔에서 ‘신경영’을 선언할 때의 모습.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삼성의 제2 창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해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이 넘는다. 전세계 상속세 사상 최대 수준이다. 삼성가는 상속세 금액이 큰 만큼 분할납부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8일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라며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계열사 주식 18조9633억원과 감정가 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총 2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이다.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적용한 금액이다. 나머지 유산에 대한 상속세 1조원을 포함하면 12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는 국유재산 가운데 가장 비싼 경부고속도로(12조3000억원)와 맞먹는 규모로, 국내외 기업인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 종전 국내 최고 상속세액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국세청과 재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기업인 중 상속세 1위는 2018년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그의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9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뒤를 이어 지난해 초 세상을 떠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재산에 대한 상속세가 4500억원 수준이었다. 2019년 타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관련한 상속세는 2700억원 규모로 기존의‘톱3’에 포함됐다. 이밖에 2017년 세상을 떠난 이수영 OCI 회장의 유족이 2000억원, 2003년 별세한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의 유족이 18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각각 납부했다. 2013년 세상을 떠난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유족도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냈고, 2016년 타계한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1500억원대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상속세 규모가 커 한번에 납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0일 신고 납부와 함께 상속세의 6분의 1인 2조원을 납부하고, 나머지에 대해 2026년까지 5년간 분납하는 방식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족들은 이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성 일가의 개인 재산과 주식 배당금이 주요 재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연 1조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금까지 포함해 총 1조3079억원을 배당받았다. 이 중 상당액이 삼성전자의 배당금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부족한 금액을 금융권으로부터 직접 대출받거나 주식·부동산·배당금 등을 담보로 은행의 ‘납세보증서’ 또는 보증보험사의 ‘납세보증보험증권’을 받아 국세청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후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지배구조와 무관한 삼성SDS등 주식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혜정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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