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재 901개… 경기당 8.92개
평균 경기시간 8분이나 길어져
젊은세대, 야구에 대한 관심 저하
역동적인 ‘인플레이 상황’ 늘려야
야구란 타자가 출루해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가 나는 스포츠다. 점수를 많이 내야 이기는 것은 다른 구기 종목과 같지만 공이 아닌 사람이 목적지에 도달해야 점수가 된다는 점에서 야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 구별된다. 그래서 야구의 본질은 치고 달리는 데 있다고들 한다. 잘 던지는 것은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치고 달리는 상황이 많을수록 야구는 흥미진진한 경기가 된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 투수가 급증하고 타자들이 고전하자 마운드의 투수판을 30㎝ 뒤로 옮겨볼까 고민하는 등 각종 제도 변화를 논의하는 것도 바로 치고 달리는 ‘인플레이 상황’이 많아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자동 고의사구 등이 도입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야구에서 멀어지고 있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인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프로야구에 대한 10~20대의 관심이 이전 세대보다 못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야구의 입지가 흔들릴 위험 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그래서 경기에 ‘인플레이 상황’이 더 늘어나 지금보다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2021시즌 프로야구는 이런 필요에 반하는 기록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볼넷의 급증이다. 지난 27일까지 101경기를 치른 올해 나온 볼넷 수는 무려 901개로 경기당 8.92개나 된다. 이는 지난해 동 기간 대비 30%나 늘어난 수치일 뿐 아니라 최근 6년간 비교에서도 압도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볼넷의 급증은 경기 시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소요시간은 연장 포함 3시간21분으로 지난해 평균 3시간13분보다 무려 8분이나 증가했다. 경기 스피드업을 위해 이닝 교대 시간과 투수교체 시간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다.
이렇게 볼넷이 크게 늘어난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올해 국내 스프링캠프를 치른 탓에 투수들의 컨디션이 제대로 안 올라왔다는 의견과 중계기술의 발달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심판들이 위축돼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가져가는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도 있다. 여기에 최근 젊은 투수들이 구속 증가에만 신경 쓰면서 제구력을 다듬지 못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볼넷의 증가는 이런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건 볼넷은 경기 중 정적일 뿐만 아니라 답답함을 유발하는 ‘죽은 시간’이 된다는 점에서 ‘인플레이 상황’을 늘려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무색하게 만든다. 볼넷을 줄이고 치고 달리는 야구의 본질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은 야구 인기 하락을 막기 위한 당면 과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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