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지 내 택배 차량의 출입을 막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측이 택배 기사를 주거 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아파트 보안팀은 택배기사들이 노동 현실을 입주민에게 알리는 호소문을 작성해 집집마다 부착하자 ‘인쇄물을 붙인다’는 이유로 신고했다.
아파트 측은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3일 해당 아파트 측으로부터 112 신고를 접수했다.
고발인은 아파트 보안팀으로 택배기사 2명을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택배기사 2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측에서 처벌을 원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절차대로 조사할 방침”이라며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과 관련해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너무한다”는 입장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택배기사들이 일일이 손수레로 배달하면서 호소문을 붙인 건데 이걸 현행법상 주거침입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정말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측은 이날 오후 1시 강동경찰서 앞에서 아파트 입주민과 경찰을 향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출입 금지를 둘러싸고 택배기사들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간 갈등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차량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다.
이 때문에 택배 기사들은 단지 안에서는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저탑차량으로 개조하면 화물 적재 용량이 줄어 택배기사의 수입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택배물품 상·하차 때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된 저탑차량은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분명한 산업안전 위험요인이라는 게 택배노조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아파트 측의 행동을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반면 아파트 측에서는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 기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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