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을 일삼아 재판에 넘겨진 40대가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의 모친도 ‘아들이 폭행한 적 없고, 며느리에게서 폭행당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사건은 결혼식을 올린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발생했다.
남편 A씨는 지난 2019년 1월17일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가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얼굴을 때리고 멱살을 잡아 벽으로 밀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9년 2월9일 B씨가 신용카드 내역을 문제 삼자 머리채를 잡아끌고 발로 차기도 했으며 같은해 2월23일에는 B씨가 술에 취해 잠을 자는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목을 졸라 전치 4주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가 시비를 걸어 집을 나가려던 중 붙잡힌 팔을 뿌리친 사실은 있으나 고의로 폭행한 적 없고 B씨가 먼저 상해를 가해 방어하고자 몸을 눌렀다”며 ‘정당방위’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A씨의 모친도 “아들이 폭행한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법원은 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양소은 판사는 상해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양 판사는 “B씨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며 “진단서 등에 의해 충분히 입증된다”고 봤다.
모친의 주장 역시 “모친은 당초부터 A씨 및 B씨와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뒤늦게 연락을 받고 간 것이고, A씨와 관계 등에 비춰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며 “A씨 행위는 공격 의사를 갖고 폭행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B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수회 폭행하고 전치 4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 등을 가해 B씨가 입은 상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계속 부인하며 B씨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하거나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A씨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식 재판을 A씨만 청구한 이 사건에서 약식명령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벌금형을 선택하되 A씨가 음주운전으로 3회 처벌받은 것 외에는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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