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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붕괴되면 단기적으론 육군, 장기적으론 해군이 이슈가 될 것” [책에서 만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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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8 09:55:05 수정 : 2021-04-28 09: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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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북한이 붕괴한다면 중국과 미국 그리고 남한의 육상병력이 인도적 개입이라는 명분으로 한반도의 북쪽 지역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영토를 분할하게 될지도 모른다. 해군은 단연 부차적인 문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돼 ‘통일한국’과 일본, 중국이 각각 황해와 동해, 발해만으로 나뉜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면, 해군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로버트 D. 캐플런, 2014, Asia’s Cauldron; 김용민·최난경 옮김, 2021, [지리대전], 파주: 글항아리, 27쪽.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국제정치 및 외교 전문가로 평가받는 로버트 캐플런(69)은 책 『지리 대전: 일촉즉발 남중국해의 위험한 지정학』에서 ‘유라시아 해상 경제의 목구멍’, ‘아시아의 끓는 솥’으로 평가되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요국의 움직임과 향후 질서를 전망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래는 북한의 운명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즉 북한이 붕괴된다면 한반도와 주위에선 육상 병력이 상당 기간 중요해지겠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돼 지역 균형이 이뤄지면 해군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죠.

 

물론 캐플런은 책에서 중국과 타이완, 베트남,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남중국해 주요국들이 내부적 정통성이나 국가 건설보다는 자신들의 영토 주권을 확장하는데 더 관심을 쏟고 있고, 이들 국가의 외부로 향한 힘이 모이는 곳은 바로 남중국해라며 이곳의 역학관계와 미래를 주로 다룹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소비가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2030년대가 되면 그 대치와 긴장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하지요.

 

이는 남중국해가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해상 항로’의 심장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70억 배럴의 석유와 900조 세제곱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등 엄청난 에너지가 매장돼 있고 2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과 바위, 산호초 등이 존재해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90억 인구 가운데 대략 70억명 정도가 살게 되는 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남아시아~중동~동부아프리카에 이르는 바다의 세계에서 남중국해는 ‘21세기의 중부 유럽’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하지요.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19세기 말 카리브해를 장악해 세계 질서를 주도했듯이 남중국해를 장악해 유라시아 해상 질서를 주도하는 ‘중국의 카리브해’를 꿈꾸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게 되면 남중국해로 관심과 전략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지요.

저자는 워싱턴이 남중국해 지역에서 한발 물러서고 대신 지역 내 다른 나라에 큰 역할을 맡기겠다는 건 환상이라고 경고합니다. 즉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를 제외하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의미 있는 도전이 가능한 능력을 가진 나라가 없기에 미국이 개입 의지를 낮추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순식간에 중국 쪽에 편승할 것이라는 얘기죠. 결국 미래에는 중국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문제가 되는 셈입니다.

 

아무튼 남중국해 패권을 둘러싼 대치나 갈등은 낭만적이지 않고 도덕적이거나 철학적이지도 않는 현실이어서 안타깝습니다. 도덕적인 지지나 저항이 없는 무역과 비즈니스, 힘과 세력 균형만을 추구하는 비정한 현대 세계의 압축판 같기도 하고요. 저는 무척 답답한데, 문뜩 당신의 혜안을 듣고 싶군요.(2021.4.28)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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