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에 500억원에 이르는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은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이 의원은 11명이나 되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차례 연기하며 혐의 내용을 상세히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속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전주지법 김승곤 영장전담 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과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1대 국회 들어 현직 의원이 구속된 것은 지난해 11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정정순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의원은 곧바로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다.
김 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를 통해 “(배임·횡령 혐의의 경우) 주식 시가나 채권 가치에 대한 평가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요구되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형태를 감안할 때 증거 변조나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데다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자금 담당 간부(재무팀장)이자 조카인 A(구속)씨와 함께 2015년 말 540억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주를 딸이 대표이사로 있는 계열사 이스타홀딩스에 약 100억원에 매도해 43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 새만금관광개발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372만주(400억원 상당)를 80억원에 매도한 혐의와 2016∼2018년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계역사 돈 53억6000만원을 빼돌려 친형의 법원 공탁금과 딸이 몰던 포르쉐 리스금,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1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재석 의원 255명 중 206명(80.7%)이 찬성해 가결했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지금까지 15번째, 21대 국회에서는 정정순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