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국 사태’까지 언급… 與 중진들과 다른 초선들의 반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4-09 14:29:11 수정 : 2021-04-09 14:32: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5인 공동입장문
“민주당 참패 원인, 당내 착각과 오판
검찰개혁 블랙홀 빠져 민생 소홀”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개혁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민생에 소홀했다.”

 

“청와대에 더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는 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한테서 나온 발언들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좀처럼 들어볼 수 없었던 목소리다.

 

특히 당내에서 금기와 다름없는 청와대 인사권과 ‘조국 사태’를 언급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초선으로  20∼30대인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5명은 9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참패 원인은 저희들을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밝혔다. 

 

일부 중진급 의원들이 재·보선 패배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김종민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불공정한 언론 보도가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번 선거는 좀 더 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초선 의원 5명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상징되는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윤석열(전 검찰총장) 갈등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잃었다”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자성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면서 사용을 금지한 ‘내로남불’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전날 당 지도부가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오만과 독선을 반성하겠다고 하면서도 공허한 것과 달랐다.

 

이들은 “내로남불의 비판을 촉발시킨 정부 여당 인사들의 재산 증식과 이중적 태도에도 국민에게 들이대는 냉정한 잣대와 조치를 들이대지 못하고 억울해하며 변명으로 일관해 왔음을 인정한다”며 “분노하셨을 국민께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이루어 낸 국민의 위대함은 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잊은 건 아닌지 아프게 성찰한다”고도 했다.

 

당의 혁신과 개혁에 초선의원들이 앞으로 더욱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초선의원 81명 중 5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모임을 갖고 선거 참패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당의 전면적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4ㆍ7 재보선 참패에 따른 쇄신 방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사 역할을 맡은 고영인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선거 결과는 당 지도부와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겠지만 우리도 그 일원으로서 반성할 게 있다”며 ”우리도 당을 개혁할 임무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회의에서 초선의원들은 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백가쟁명식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검찰개혁과 청와대 인사, 당 지도부 구성 등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초선들이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 선거는 물론 대선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갈 게 아니라 81명의 초선의원들이 추진하고 싶은 개혁과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보수 혁신’의 당위성을 새 지도부에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초선의원 8∼9명이 다음주 초 회의를 열고 당 개혁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초선들은 전날 집단성명을 내고 ‘포스트 김종인’ 체제의 지속적인 보수 혁신을 주문하고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영남 보수’를 넘어 중도까지 아우르는 정당으로 나아가야 대선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4·7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결속력이 강화되는 만큼 앞으로 정치권 개혁에서 주요 변수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