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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위선·부패의 상징”… 與, ‘586 용퇴론’ 부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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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9 11:10:01 수정 : 2021-04-09 14: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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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궐선거 참패’ 민주당 안팎서 다시 부상

‘조국 사태’ 등 민심 악화에 586 용퇴론 분출
코로나 방역 성공에 분위기 호전되자 힘 잃어

“‘업’에는 관심 없고, 오직 ‘직’에만 눈독 들여”
‘기득권’ 된 586이 용퇴하는 인적 쇄신 이뤄져야
임종석(왼쪽부터), 우상호, 이인영. 뉴시스

4·7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제기됐던 ‘586(50대·80년대학번·60년대생) 용퇴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9일 정치권과 전문가에 따르면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확인된 성난 민심을 달래고 뼈를 깎는 고강도 쇄신 단행하기 위해선 30대에 정계에 입문해 ‘기득권’이 됐다는 586이 용퇴하는 인적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동아 고정칼럼에서 “상왕격의 이해찬 전 대표 지도를 받는 586운동권 주류가 김어준의 방송을 매개로 강성 지지층을 세뇌시켜 당내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당 밖으로는 이견을 가진 이들을 ‘토착왜구’로 몰아 입을 틀어막는 기제가 아예 민주당의 골격으로 굳어졌다”고 비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586 종말론’을 제기했다. 그는 경향신문 고정칼럼에서 “586 민주화 엘리트’들은 이명박과는 반대로 도덕, 권력, 돈의 순으로 상징 자본을 쟁취했다. 그들 역시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갖지 못한 것에 집착했다”면서 “조국 사태는 강남 좌파와 586 엘리트가 오랫동안 감춰온 위선과 욕망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찰은 부족하고, 성찰도 없으니 ‘현찰’만 쫓는 게 586 엘리트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그들은 도덕을 상징 자본으로 정치를 했기 때문에 그건 일종의 사기죄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586 민주화 엘리트들은 무능·위선·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재야의 선비’도 아니고, ‘개혁적 사대부’도 아니다. 그저 돈과 자리만 탐하는 ‘타락한 양반’일 뿐”이라며 “모두가 ‘업’에는 관심 없고, 오직 ‘직’에만 눈독을 들인다. 정체성이 약하니 윤리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이미 오래전에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는데도 아직도 개혁의 주체인 양 행세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586세대가 정치권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정치컨설턴트는 “‘민주화 엘리트’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잘라말했다. “학생운동권의 지도부였던 일부 엘리트들은 20대부터 엄청난 상징 자본을 얻었고 그 후 30년 이상 정치적 엘리트의 삶을 누렸던 그들의 시대가 종말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586의 재준동을 경계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586의 대선 후보 출마와 관련, “586 젊은 친구들 중에도 몇몇이 등판을 할 거예요. 별로 뜰 것 같지 않은 친구가 뜨고 이런 세상이 되니까”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586 용퇴론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총선에 불출마 했던 이철희 전 의원은 586은 이제는 갈 때다. 채울 때가 아니라 비울 때다. 하나의 세대, 그룹으로서는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고 말한바 있다”면서 “586세대가 퇴출돼야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586 용퇴론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 19와 조국 사태로 민심이 악화되자 기득권 세력인 586이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야 한다는 용퇴론이 분출됐다. 당시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 등은 ‘586의 아름다운 퇴장’을 요구하며 민주당이 새 인물 수혈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하지만 코로나 방역에 성공하면서 선거 분위기가 호전되자 586세대는 용퇴론에 강력 반발했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모욕감을 느낀다”(우상호 전 원내대표·전대협 1기 부의장)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이인영 원내대표·전대협 1기 의장)며 저항했다.

 

결국 여권 유력 586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586 용퇴론이 힘을 잃은 것이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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