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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저수지 인근 분뇨시설 불허 처분 가능… 관할청 재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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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9 10:21:05 수정 : 2021-04-09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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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수로 쓰는 저수지 인근에 가축분뇨 정화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신청에 지방자치단체가 환경 오염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불허한 것은 관할 관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가축분뇨 배출시설업자 A씨가 강진군수를 상대로 낸 건축허가신청 반려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가축분뇨를 완전분해해 배출하는 액비화 방식의 처리시설을 전남 강진군의 한 저수지 인근에 설치하기로 하고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강진군은 이 시설이 주민들이 농업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저수지와 24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자칫 환경오염 피해가 클 수 있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분뇨를 직접 분해·처리하는 방식이 환경피해 우려가 적다며 불허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저수지가 인근에 있는 만큼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강진군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주변 마을이 해당 저수지를 농업생활용수원으로 이용하고 시설 예정지가 저수지와 가까워 짧은 시간에 오염될 수 있으며 피해 회복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를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분뇨를 일시 저장했다가 수거하는 방식은 분해·배출 방식보다 분뇨의 유출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자체 정화시설을 설치한 뒤에 문제가 발생하면 개선명령 등 사후 규제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주민이 사용하는 저수지가 인접해 있어 분뇨가 유출되면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선명령 등 사후 규제로는 정화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개발행위 허가는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 영역”이라며 “원심은 재량적 판단이 합리성이 없었는지에 대해 추가 심리하거나 원고의 증명 책임을 물어 청구를 배척해야 했다”고 판시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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