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난데없이 ‘감사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던 오세훈 시장이 고 의원 ‘덕분에’ 당선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유가 뭘까.
8일 고 의원의 페이스북을 보면 그가 최근 올린 게시물들에 “의원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세훈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네요. 내년 대선하고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활약 기대할게요”라거나 “덕분에 이겼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오세훈 당선에 일등공신 중 하나세요”, “오세훈 후보 선거캠프 위원장 ‘고민정’”, “‘X맨’이신 거 애초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라는 등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야권 지지자들로 보이는 누리꾼들이 이처럼 고 의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나선 건 이번 선거에서 수 차례 논란을 빚은 그의 전력 때문이다. 고 의원은 서울시장 보선이 치러지게 된 원인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자고 한 민주당 여성 의원 3인방 중 하나다. 원죄가 있음에도 민주당 박영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가 논란 끝에 사과하고 대변인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고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지자와 부둥켜 안고 우는 사진과 책상에 엎드린 사진 등을 올려 ‘감성 페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놨으면서도 유세에는 적극 나서고, SNS를 통해 이를 홍보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그는 ‘야당에 투표하는 건 탐욕에 투표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영상을 SNS에 공유하거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을 거꾸로 돌려놓을 순 없다”는 등의 글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에는 페이스북에 “제가 사는 동네의 구의3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는 글과 함께 엄지손가락에 빨간색 투표 도장을 찍은 사진을 올려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방역당국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투표소에서는 손 부위 등의 오염 우려가 있어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기표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결국 오 후보에겐 반사 이익이, 박 후보에겐 표를 깎아먹는 행위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누리꾼들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고 의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경우가 있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선거 기간 중 고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몇몇 의원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