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참패한 與, 지도부 사퇴 쇄신… 압승한 野, '포스트 재보선' 재정비

입력 : 2021-04-09 06:00:00 수정 : 2021-04-09 07:40: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민주 “재보선 참패 책임”… 쇄신 착수
“국민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혁신”
원내대표 선출 16일로 앞당기고
5월 2일 전대 열어 당대표 선출

“질서있는 수습·반성·혁신 중요해”
조기 당권 레이스로 민심 다독이기
“대선후보 정책으로 뽑자” 한목소리

김종인 “내부 분열·반목 심각한 문제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 많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허리숙여 사과는 모습(왼쪽)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8일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전당대회를 다음달 2일 앞당겨 열어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조기 선출하기로 하는 등 전면적인 쇄신에 나섰다. 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도 ‘포스트 재보선’ 전략으로 당 재정비에 돌입하면서 여야가 내년 대선을 위한 쇄신 경쟁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일부 장관에 대한 교체 속도가 빨라지는 등 청와대 쇄신작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여야의 움직임은 무서운 민심의 변화를 경험해서다. 지난해 총선 당시 180석의 거대여당을 만들어 준 국민은 1년 만에 서울과 부산에서 여당에 참패를 안겼다. 신뢰를 잃으면 곧바로 내쳐진다는 민심의 무서움을 경험한 만큼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여야 모두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저희의 부족함으로 큰 실망을 드렸다”며 “지도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전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께서 많은 과제를 주셨다”며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 됐다고 하실 때까지 당 내부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라며 “지도부 총사퇴가 성찰과 혁신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 체제 지도부는 앞선 최고위원회에서 3선 도종환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의결했다. 도 위원장은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16일까지 당을 관리하게 된다.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장과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는 각각 5선의 변재일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결정됐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도부 총사퇴의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신속하게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며 “전당대회는 5월2일, 원내대표 선거는 4월16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4·7 재보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을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그동안의 국정기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부족했다는 점을 느낀다”며 “대통령의 입장문을 잘 살펴봐 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이미 예정된 정 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일부 장관 교체를 신속하게 단행해 국정운영 분위기를 일신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 필요성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경고를 받은 만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의 거취가 관심이다.

 

한편 국민의힘 초선의원 42명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선거 승리를 계기로 ‘영남 지역당’, ‘꼰대당’을 탈피하자”며 새롭게 당을 정비해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자고 촉구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 가까스로 재기의 돌파구가 마련된 만큼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당 체제 정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개월 만에 퇴임하면서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8일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총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대선 위기감에… 지도부 빠른 물갈이·정책기조 수정 나서

 

“이미 민심이 기운 상황에서 무슨 전술이 통했겠는가.”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을 내주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8일 선거 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곡동 땅 의혹 검증, 집토끼 결집 호소 등 모든 선거전략이 ‘정권심판론’의 파도 앞에선 무력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대선을 치르려면 앞으로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통화에서 △질서 있는 수습 △반성 △혁신 등을 향후 당 운영 키워드로 꼽았다.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잡음을 줄이고, 기존 정책 기조를 수정해 성난 민심을 달래고, 대선 후보 경선부터 계파 갈등 대신 혁신적인 민생 공약으로 승부를 거는 ‘액션플랜’이 거론된다. 그러나 당내에선 오히려 “촛불정신으로 되돌아가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이견도 있다. 쇄신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8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위 전환 땐 난투극 벌어질 것”

 

민주당은 이날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하면서 선거 전부터 거론됐던 ‘비상대책위 전면 전환’엔 선을 긋고,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일정을 앞당기는 ‘빠른 물갈이’를 선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전까지 비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질서 있는 수습’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 누구를 세울 것인가부터 난투극이 벌어질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해찬 소환론’에 당 안팎이 들썩였던 점을 언급하며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황당하다”고 강조했다. 호남 지역 한 의원은 “선거에 질 때마다 비대위로 전환하는 건 보여주기식 반성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기 당권 레이스 결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날 밤과 이날 아침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최고위원 사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국 이날 의총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에야 사퇴가 결정되기도 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도종환 의원이 임시 비대위원장을 맡은 데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이날 지도부 회견 직전에는 노웅래 최고위원이 “이게 쇄신이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저녁과 8일 새벽 각각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와 함께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은 대선 포기… 부동산 적폐청산 고수”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준 민심을 명분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던 개혁과제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 한 중진 의원은 “그걸 추진하면 대선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재선 의원은 “안정적인 지도부가 들어서는 게 우선이다. 검수완박은 한참 후순위”라고 말했다. ‘부동산 적폐청산’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재보선 참패로 확인된 성난 민심에 사과하면서도 “시대가 민주당에 부여한 개혁과제도 차질 없이 하겠다”며 공직자 투기근절 대책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공급 정책인 2·4대책도 ‘유지’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당내에선 부동산 관련 기존 세금 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1가구 1주택 관련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잠룡들 정책 경쟁해야… 네거티브는 독배”

 

안정적인 지도부 이양 뒤 개혁입법 수정을 마치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최적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일이 남는다. 민주당 의원들은 재보선 패배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여권 1강’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지만, 적어도 대선 후보 경선은 비방이 아닌 ‘정책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 중진 의원은 “후보 검증을 명목으로 한 네거티브로 점철되는데, 이번 경선도 친문 대 비문 구도로 흐른다면 국민이 보기엔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패배로 친문 권력이 축소되면서 여권 주류 자리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인사를 화상을 통해 듣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인 “野 승리 착각 말라” 경고… 초선들 “지역당 극복해야”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에선 8일 “여당이 패배한 것이지 야당이 승리한 게 아니다”며 쇄신·혁신 요구가 쏟아졌다. 당의 중도 개혁성을 강화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난 뒤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내부 갈등과 혼란이 노출돼 또다시 민심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고별사에서 재보궐선거 압승과 관련해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거나,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하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내부에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갈등과 욕심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을 회복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의총에서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 지지한 게 아니라 민주당과 현 정권이 워낙 민심과 어긋나는 폭정을 해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권한대행은 페이스북에서도 “우리가 자칫 오만하고 나태해지면 분노한 민심의 파도는 우리를 향할 것”이라며 “성난 민심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혁신과 야권 대통합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초선 56명 중 42명이 참여했다. 당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영남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합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계 설정 등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노출되거나 시대착오적 행태가 반복되면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이 어려워질 수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고별사를 마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초선 의원들의 제기한 ‘영남당 논란’과 ‘세대교체론’에 당 일각에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현재 차기 당 대표 후보로는 5선 정진석·조경태·주호영 의원과 4선 박진·홍문표 의원, 3선 윤영석 의원이 거론된다. 나경원·김무성 전 의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주 권한대행 후임 원내대표로는 4선의 권성동·김기현 의원과 3선 김태흠·유의동 의원이 거명된다. 주 권한대행이 당권 도전을 결정하면 원내대표 선거 일정이 당겨질 수 있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한 국민의당 안 대표와 합당 시기도 쟁점 중 하나다. 안 대표가 제1야당의 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경계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지도체제’와 최고위원들에게 권한을 분산하는 ‘집단지도체제’ 등 지도부 권력 재편에 대한 논쟁도 있다.

 

일각에서 이번 재보선 승리의 주역인 김 전 위원장 재추대론도 제기하지만 현재로는 가능성이 작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김 전 위원장을 다시 모신다든지 재추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한 뒤 야권 정계개편과 윤 전 총장 등 대권 주자들의 레이스 과정에서 재등장해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민영·곽은산·이도형·이동수·이현미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