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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조사 미룬 탓에… 1년 넘게 일 안해도 월급 '꼬박꼬박'

입력 : 2021-04-09 06:00:00 수정 : 2021-04-09 07: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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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원서 현지 채용한 한국인 2人
1년 가까이 출근 않고 5000만원 챙겨
문화원장 해임 건의에도 문체부 ‘미적’
상하이 총영사관 정문.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 상하이총영사관 소속 한국문화원 직원들이 1년 넘게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꼬박꼬박 월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직원들에 대한 처리를 놓고 상하이문화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갈등을 빚는 등 처리 과정도 석연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외교부와 문체부, 주중 상하이영사관 등에 따르면 김승호 상하이총영사는 최근 외교부에 상하이문화원에서 현지 채용한 한국인 직원 A와 B씨가 1년 가까이 미출근 상태로 문화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음에도 급여가 지급 중이라며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홍수 당시 상하이 문화원장은 지난해 3월20일 지각이 잦고, 초과 근무 시간 악용 등을 이유로 A씨 등 2명의 해임을 문체부와 해외문화홍보원 등에 건의했다.

 

문화원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기준 근무일 194일 중 145일(74.7%)을, B씨는 191일 중 119일(62.3%)을 각각 지각했다. 시간외 근무의 경우 A씨는 2019년 한 해 동안 1123.5시간을, B씨는 551.5시간을 각각 초과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직원들이 평균 초과근무인 197시간과 비교하면 이 두 직원은 각각 5.7배, 2.8배 많이 한 것이다.

 

김 전 문화원장이 이를 근거로 근무태도 불량 등으로 문체부와 홍보원 등에 해임 건의를 하자, 이들은 바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며 맞대응했다.

 

양측의 건의와 신고를 접수한 문체부와 홍보원은 행정직원에 대한 조사는 미룬 채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A씨 등에게 2주간 유급휴가를 부여했다. 2주 휴가 후 문체부 등은 김 전 문화원장의 반대에도 A와 B씨는 2019년 초과근무로 쌓아놓은 시간을 대체휴무 등으로 전환해 사용토록했다. 김 전 문화원장이 이들의 초과 근무에 문제가 있다고 해임을 요청한 상황에서 문체부 등은 초과 근무 시간의 대체휴무 전환을 승인한 셈이다.

 

특히 A씨는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귀국했고, B씨는 영사 신분증이 지난해 8월 만료된 상태로 법적으로는 영사관 직원이 아닌 불법체류 상태다. 그럼에도 이들에겐 월급뿐 아니라 주거보조비와 상여금 등 각각 5000여만원이 지급됐다. 영사관은 이들이 영사관 직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제법 위반, 중국 관련 규정 위반 등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 전 문화원장은 3월 22일부로 한국으로 소환 통보를 받고 조만간 원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복귀한다. 하지만 문체부와 홍보원 등에서는 직원 두 명에 대해서 여전히 이렇다할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홍지원 과장은 “행정직원의 근태에 대해서 추가 조사를 진행중이며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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