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가계, 2020년 174조원 빌려 83조원 주식투자 ‘사상 최대’

입력 : 2021-04-08 20:12:40 수정 : 2021-04-08 20:12: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은 ‘2020년 자금순환’ 통계
가계부채 2000조원 첫 돌파
금융자산도 558조원 증가
주식·펀드비중 22%로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동학개미 운동’으로 불리는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며 한 해 동안 가계가 주식 투자를 위해 굴린 돈이 사상 최대인 83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주택시장도 달아오르면서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부채도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자금운용-자금조달)은 192조1000억원(365조6000억원-17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92조2000억원)의 2.1배 수준으로, 직전 최대 기록인 2015년의 95조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예금이나 보험, 주식, 펀드 투자 등으로 굴린 자금운용액이 대출 등의 빌린 돈(자금조달액)보다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감소한 가운데 정부의 추경 집행으로 가계 이전소득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76조7000억원)가 2019년(-3조8000억원)보다 80조5000억원이나 늘어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국내외 주식만 따져보면 83조3000억원의 자금을 운용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거주자 발행 주식 및 출자지분(국내주식) 63조2000억원, 해외주식 20조1000억원어치를 취득했는데, 이는 기존 기록(국내주식 2018년 21조8000억원·해외주식 2019년 2조10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선 수치다. 이에 따라 가계 전체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의 비중도 2019년 18.1%에서 2020년 21.8%로 늘었다. 주식만 따로 보면 15.3%에서 19.4%로 비중 증가 폭이 더 컸다.

지난해 가계는 자금 운용액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는 173조5000억원의 자금을 끌어왔고, 이 가운데 171조7000억원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다. 주식투자나 내 집 마련 등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가계 부채 잔액은 2051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빚투’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란 신조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다.

가계의 주식투자로 인해 금융자산도 558조원 증가해 잔액은 4539조4000억원이 됐다.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값은 2.21배로 2019년(2.12배)에 비해 나아졌다. 이는 2017년 2분기(2.1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방중권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대출 등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된 가운데, 운용 측면에서는 결제성 예금 등 단기성 자금이 누적되고 주식 등 고수익 금융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순조달 규모가 88조3000억원으로 2019년(61조1000억원)보다 크게 늘며 통계 편제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전기전자 업종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단기 운전자금과 장기 시설자금 수요 등 기업 투자가 확대된 영향이다. 기업의 조달(269조원), 운용(180조7000억원) 역시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였다.

정부는 지난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며 시중에 돈을 많이 풀었다. 그 결과 2019년 29조5000억원의 자금 순운용 상태에서 지난해에는 27조1000억원의 순조달 상태로 돌아섰다. 정부가 끌어쓴 자금이 더 많은 ‘순조달’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15조원 순조달) 이후 처음이다.

방 팀장은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가계로 재난지원금 등 이전지출을 많이 늘렸는데, 그에 따라 자금조달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금융자산은 2경76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에 비하면 2163조8000억원 늘었다. 총금융자산은 자금순환 통계에 나타나는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합계로 국내는 물론 국외(비거주자)의 금융자산을 포함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