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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년 넘게 업무 안하고 월급만 받은 주중 공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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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8 13:36:37 수정 : 2021-04-08 15: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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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문화원장, 지각·초과근무 악용 등으로 2명 해임 건의
직원들은 문화원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 맞대응
월급 외 상여금 등 1년 넘게 각각 5000여만원 수령
한국 귀국하고, 영사 신분증 만료됐음에도 월급 지급
문체부 등 직원에 대한 징계 결정 미뤄 ‘혈세 낭비’ 자초
상하이 총영사관 정문.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 상하이총영사관 소속 한국문화원 직원들이 1년 넘게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월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직원들에 대한 처리를 놓고 상하이 한국문화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갈등을 빚는 등 처리 과정도 석연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외교부와 문체부, 주중 상하이영사관 등에 따르면 김승호 상하이 한국총영사는 최근 외교부에 상하이문화원에서 현지 채용한 한국인 직원 A와 B씨가 1년 가까이 미출근 상태로 문화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음에도 급여가 매월 지급 중이라며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3월20일 김홍수 당시 상하이 문화원장이 근무태도 불량 및 지시 거부 사유 등 이유로 A씨 등 2명의 해임을 문체부와 해외문화홍보원 등에 건의하자, 이들은 문화원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체부에 신고한 뒤 현재까지 업무 수행 없이 각각 5000여만원씩을 받았다.

 

특히 A씨는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귀국했고, B씨는 영사 신분증이 지난해 8월 만료된 상태로 법적으로는 영사관 직원이 아닌 불법체류 상태다. 그럼에도 이들에겐 월급뿐 아니라 주거보조비와 상여금 등이 계속 지급됐다.

 

해외에 있는 문화원은 직제상 해당 지역 영사관 산하이나 특성상 예산과 현지 행정직원 채용 등 사무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행정직원의 경우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등의 승인을 받아 문화원이 직접 채용한다. 다만 문화원 행정직원들의 사무 편의 등을 위해 영사관 소속으로 해당국에 신고해, 이들에 대한 문제 발생 시 책임은 영사관에서 지게 된다.

 

이들이 현지에 근무하지 않고, 신분증이 만료된 상황에서 현지 영사관 직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제법 위반, 중국 관련 규정 위반 등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영사관은 판단하고 있다. 또 이들이 정상적인 행정직원 업무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영사 신분증을 소지한 채 비엔나 협정상 특권과 면제를 누릴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

 

A씨 등이 1년 넘게 업무를 하지 않은 채 영사 신분을 유지하고 월급을 받은 것은 문체부와 홍보원 등에서 이들에 대한 처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문화원장은 A씨 등이 반복적으로 지각하고, 지문만 찍으면 근무시간이 인정되는 방법을 악용한 초과 근무 시간 과다 적립 등을 문제 삼아 지난해 3월 A와 B씨에 대한 해임을 문체부에 요청했다.

문화원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기준 근무일 194일 중 145일(74.7%)을, B씨는 191일 중 119일(62.3%)을 각각 지각했다. 다른 직원들의 경우 199일 기준 71일로 지각률은 35.7%였다.

 

시간외 근무의 경우 A씨는 2019년 한 해 동안 1123.5시간을, B씨는 551.5시간을 각각 초과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직원들이 평균 197시간을 초과 근무한 것과 비교하면 이 두 직원은 각각 5.7배, 2.8배 많이 한 것이다. A씨의 경우 2019년 9월에는 초과 근무 시간이 211.5시간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시간, 토·일요일도 다 근무했다면 하루 평균 7시간을 초과 근무한 셈이다.

 

김 전 문화원장이 이런 상황을 근거로 근무태도 불량 등으로 문체부와 홍보원 등에 해임 건의를 하자, 이들은 바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양측의 건의와 신고를 접수한 문체부와 홍보원은 행정직원에 대한 조사는 미룬 채 문화원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A씨 등에게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2주간 유급휴가를 부여할 것을 요청했다. 문화원장은 이들로 인해 문화원에 가해지는 유무형의 피해를 감안하면 이들의 휴가가 정당하지 못하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이들에 대한 휴가는 홍보원 등에서 승인해줬다.

 

2주간 휴가 이후 A와 B씨는 대체휴무 등을 통해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19년 초과근무로 쌓아놓은 시간을 대체휴무 등으로 전환해 사용한 것이다. 이 역시 김 전 문화원장이 승인하지 않았지만, 문화원장 이름으로 결재 처리됐다. 김 문화원장이 이들의 과도한 초과 근무에 문제가 있다고 해임 요청한 상황에서 문체부 등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초과 근무 시간의 대체휴무 전환을 승인한 셈이다.

 

김 전 문화원장은 3월 22일부로 한국으로 소환 통보를 받고 원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복귀한다. 하지만 직원 두 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렇다할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 상하이 영사관 관계자는 “1년 이상 제대로 일을 안하고 월급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두 직원에 대해 월급이 지출되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빨리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홍지원 과장은 “행정직원의 근태에 대해서 추가 조사를 진행중이며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한일의 김정수 변호사는 “대체휴무 제도는 적법한 연장 근로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인데 행정직원의 과도한 초과근무를 대체 휴무로 인정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세금이 1억원이나 낭비된 사실은 공분을 살만한 일로, 관련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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