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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중 추돌’ 트럭 운전자 "예견된 사고" 억울함 토로에도 경찰 구속영장 신청…

입력 : 2021-04-08 09:11:30 수정 : 2021-04-08 15: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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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숨지고 59명 중경상 입은 '제주 4중 추돌 사고' 인재라는 주장도 / 해당 화물운송업체 대표 "사고 트럭은 불법 구조변경 사항도 없다.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책임감 있게 조속히 피해 관련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
지난 1월 브레이크 과열에 따른 오작동으로 생긴 마찰로 터진 사고 트럭 타이어. 연합뉴스

 

경찰이 ‘제주 4중 추돌사고’를 낸 화물트럭 운전자 A씨(41)에 대해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7일 오후 화물트럭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과실치사·과실치상)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6시쯤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제주시 방향으로 8.5톤 트럭을 몰다가 시내버스 2대와 1톤 트럭을 잇따라 추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3명이 숨지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8일 진행될 전망이다.

 

사고 당시 화물트럭과 부딪힌 1톤 트럭과 시내버스는 전복됐으며 사고차량이 다른 시내버스 1대와도 부딪히며 피해가 컸다.

 

버스 2대에는 각각 30여 명의 탑승객이 타고 있었으며 버스정류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근에 있던 보행자까지 크게 다치거나 숨졌다.

 

이번 사고로 B씨(29)를 포함해 3명이 숨졌으며 1톤 트럭 운전자 C씨(52) 등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외에도 54명이 중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화물트럭 운전자 A씨로부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 검증과 정밀 감식을 통해 원인을 조사하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3명이 숨지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은 '제주 4중 추돌 사고'가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1월 말까지 사고가 난 H 화물운송업체 소속 4.5t 트럭을 운전했다는 D씨는 7일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소 해당 트럭에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수리하지 못했다"며 "이는 예고된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업체를 퇴사하기 직전인 지난 1월 20∼30일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두 번이나 겪었다"며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면서 한 번은 사고를 피하려고 스스로 도로 가드레일에 차를 충돌해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D씨는 "또다시 브레이크가 먹통이 됐을 때는 가까스로 차를 멈췄지만, 그 과정에서 지면과 타이어 간 마찰이 생긴 탓에 타이어가 터져 크게 다칠뻔했다"며 "회사는 차 수리를 요구할 때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고치라'고 하다가 한 차례 화를 내니 '빨리 고치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증거로 자신이 사고가 발생한 4.5t 트럭을 몰았을 당시 사진과 마찰로 크게 구멍이 뚫렸던 타이어 사진을 제시했다.

 

해당 트럭은 지난해 12월 30일 정비 검사를 받았으며, 다음 검사일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트럭은 지난해 8월 15일 검사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4개월 보름이 지나서야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트럭은 2017년식으로 노후 차량은 아니지만 4년 만에 58만㎞ 넘게 운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D씨는 "결국 두 번이나 사고를 당하면서 두려움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며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못해 다음 사람을 위해 메모를 남기고 왔었다. 당시 메모에 라이닝에 자주 이상이 생긴다는 내용도 적었다"고 전했다.

 

라이닝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철제 브레이크 드럼과 접촉돼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D씨는 특히 "4.5t 트럭 운전자가 주행한 도로는 큰 화물차는 위험해서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이는 이 운전자가 촉박하게 운전했음을 방증한다"고 추정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시간으로 추측해 보면 마지막 배편에 물건을 선적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당일 물건을 싣지 못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운전자 탓이 된다"고 말했다.

 

4.5t 트럭은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한라봉과 천혜향을 싣고, 평화로를 거쳐 산록 도로와 어승생악을 지나 관음사에서 제주대학교 사거리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목적지는 제주항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D씨는 "물론 트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사 과실도 있겠지만, 제대로 관리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라며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렇게 크게 사고가 나서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화물운송업체 대표는 "엔진오일 등은 주기적으로 교체 시기에 담당 직원에게 통보하고, 브레이크 등의 점검은 운전직원이 기기 이상을 느끼면 직접 점검해 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사고 트럭은 불법 구조변경 사항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울러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해 우리 업체 관계자들도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며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책임감 있게 조속히 피해 관련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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