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은 7일(현지시간) 올해 중반까지 법인세 하한선 설정과 디지털세 부과 등 글로벌 조세 현안에 관한 해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봄 총회에 맞춰 이날 열린 화상 회의를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적인 법인세 하한선 설정 등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국제적인 세법 체계 구축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추가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려고 주요 국가의 법인세 하한선 설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G20 회의에서 미국 측 요구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이 주도하는 다자간 협의체에서 올해 중반께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7월에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최종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OECD는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으로 12.5%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주에 21%를 제안했었다.
글로벌 법인세 최저선 설정은 디지털세 부과 문제와 동시에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의 가디언이 지적했다. 현재 국제 사회에서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과 권한을 어느 나라가 어떤 기준으로 행사할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법인세는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있는 국가가 부과할 수 있으나 디지털 기업은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법인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에 디지털세 과세를 추진했고, 미국은 이에 강력히 반대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국제적인 디지털세가 도입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다국적 기술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일부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케이맨 아일랜드 등 법인세가 없는 조세 회피처에 본사를 두는 방식 등을 활용하고 있다.
G20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다국적 기업 조세 회피 방지대책(BEPS)의 포괄적 이행을 위한 140여 개국 간 다자간 협의체인 ‘포괄적 이행체계’가 정해진 기한까지 미해결 문제에 대응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이행체계는 그동안 디지털세 부과 방안과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등을 협의해 왔다.
G20은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의 반대로 2017년부터 삭제된 ‘보호무역주의 퇴치’라는 공동 입장을 되살리고,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 증진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G20은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조기에 철회하면 안 되고, 코로나19 백신에 공정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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