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수탈로 오염된 ‘브라운필드’
정부 주도 9년간 토양 정화 마쳐
국내 첫 국제 환경테마특구 추진
인접지역엔 힐링센터 등도 조성

일제강점기 수탈과 근대 산업화의 상흔이 서린 충남 서천 옛 장항제련소 일대(사진)를 친환경 생태단지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국내 첫 국제 환경테마특구 조성사업이 걸음마를 뗐다.
충남도와 환경부, 서천군은 7일 서천군청에서 국토연구원의 ‘장항 오염정화토지 활용방안 기본구상 용역’ 1차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국토연구원은 용역을 통해 ‘탄소중립 및 기후위기 시대 대응 장항 브라운필드 국제환경테마 특구’를 비전으로 3대 목표와 4개의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오염된 토양의 재자연화를 통한 생태복원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활용방안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브라운필드와 주변지역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을 제안했다.
서천군은 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5월 2차 중간보고회에서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수립한 뒤 관계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공신력 있는 실행 방안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브라운필드’란 산업지대로 활용되다가 노후화나 사양산업화로 폐쇄된 뒤 토양이 오염된 상태로 방치된 지역을 일컫는다. 장항 브라운필드는 일제강점기 시절 제련소가 설치된 뒤 1980년 대까지 가동되면서 각종 중금속에 오염돼 신음하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브라운필드다. 2012년부터 정부 주도로 약 100만㎡의 오염된 토지를 매입한 뒤 지난해 말까지 9년에 걸쳐 토양 정화를 통한 재자연화 사업이 완료됐다.
정화 사업을 마친 토양은 이후 도시개발방식의 토지 활용이 모색됐으나 경제성 부족으로 사업추진이 중단됐다. 이에 충남도는 2019년 국제환경테마특구 구상을 마련하고 지난해 10월 한국판 뉴딜 시도지사 전략회의 때 대통령에 이러한 개발 방안을 건의했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이를 발판으로 주변의 서해안 갯벌 및 국립생태원 등과 연계한 생태 테마특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생태습지와 탐조시설을 설치하고 해양생태 관련 연구소를 유치한다는 구체적인 개발방안도 수립 중이다. 이와 별도로 인접지역에는 2024년까지 219억원을 들여 약 4만㎡ 규모의 송림 힐링체험센터와 야생화 정원, 체험숲, 갯벌체험관, 미로공원, 모래찜질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이우성 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는 “장항의 브라운필드가 아픈 역사에서 벗어나 지역 성장동력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적의 활용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임정재·김정모 기자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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