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상당액 쓸어가
수급난 현대차, 울산1공장 스톱
아이오닉 5·코나 등 생산 차질
부품업체들도 감산 등 직격탄
업계 “2분기까지 개선 힘들 듯”

자동차 업계의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잇달아 공장을 멈췄다. 그 사이 지난달 국내 전기차 보조금의 상당부문은 테슬라 차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까지는 반도체 상황이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7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자료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는 3194대가 국내에 등록됐다. 지난달 판매된 전기차 5400여대 가운데 60%에 가까운 수치다. 테슬라의 올해 1∼2월 판매량은 15대에 불과했지만 2월 말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풀리면서 판매량도 급증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2209대에 그쳤다. 현대차 코나 984대, 기아 니로 873대·쏘울 27대, 쉐보레 볼트 175대, 르노삼성차 조에 150대 등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국내 완성차들은 연이어 감산에 돌입하고 있다.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7일부터 14일까지 전기모터 관련 부품 수급 문제와 코나의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인해 휴업한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오는 10일 특근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주력 판매 차량인 그랜저 등을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현재 휴업이 논의 중이다. 이 밖에도 한국GM, 르노삼성차 등도 반도체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부품사들의 매출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조사 결과 완성차 업체의 감산으로 인해 부품업체의 최근 납품량도 10∼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20% 가량 인상되면서 자금 사정까지 악화하고 있다.
협회가 지난 2일 1∼3차 협력업체 5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48.1%가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조사 업체의 50% 이상이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49.1%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부품업계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올해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쳐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준규 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부품업계 유동화회사보증 지원 확대와 세금 납부 유예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막아야 한다”며 “고용유지 지원금 요건 완화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은 2분기 말부터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내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들이 생산율을 2∼3%가량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로 수급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파운드리 단계의 증산이 완성차까지 반영되는 데 2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향후 상황 개선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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