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조남관, 유력 후보로 거론… 노무현 정부와 인연 깊어
검찰 내부선 재평가받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 대행 쪽으로
이성윤·조남관 아닌 제3의 카드 꺼낼 수도…구본선·한동수 물망

내년 대통령 선거 전초전으로 불리는 4·7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리면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 1년가량 검찰조직을 이끌 차기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권과 줄곧 각을 세우다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반기를 들고 물러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관심이 높다. 검증에 동의한 검찰총장 후보군 중 3명 이상을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해야 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조만간 첫 회의를 열고 추천 절차에 착수한다. 추천위에서 3명 이상을 후보로 정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박 장관이 최종 후보자 1명을 제청해 문 대통령이 임명한다.
◆ 검찰 내부 유력후보인 이성윤·조남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인연 등 닮은꼴 많아
총장 후보군 중 검찰 내부에서는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조남관(56· 〃24기)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이 유력후보로 거론됐다. 전주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 다 노무현정부나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이 지휘하는 사정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장을 맡았다. 전북 남원 출신인 조 차장검사 역시 노무현정부 후반기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일 때 특별감찰반장을 맡았다. 그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광주지검에서 근무하다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다. 조 차장검사는 당시 검찰 내부망에 “아내가 ‘지금 같은 비상한 시기에 집에 가만히 있지 현직 검사가 왜 내려가느냐’고 만류했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이런 두 사람의 이력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발목을 잡았다가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날개를 달아줬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보직인 대검 형사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앞서 적폐수사의 공을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윤 전 검찰총장이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여권의 공적이 된 뒤 사실상 ‘문재인정부 검찰의 황태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조 차장검사도 문재인정부 들어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겸 적폐 청산 TF 팀장으로 활동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한 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대검 2인자 자리에 올랐다.

◆ 검찰 내부 무게추는 ‘신망 잃은’ 이성윤에서 ‘신망 얻은’ 조남관으로
이 때문에 둘 다 친문재인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여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만한 비리 의혹 수사 강도를 높이고, 여권이 추 전 장관을 앞세워 노골적으로 ‘윤석열 쫓아내기’를 하는 국면에서 둘은 다른 선택을 했고 입지도 달라졌다.
이 지검장은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권에 부담스러운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정권에 도움이 될 만한 수사는 몰아붙인다는 평가를 법조계 안팎에서 받을 만큼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의 검사다운 행보를 보였다. 박범계 장관 취임 후 단행한 첫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당시 신현수 민정수석의 교체요구에도 이 지검장이 유임된 것을 두고 ‘윤석열을 믿었다가 뒤통수 맞은 청와대가 확실한 충성파인 이성윤을 차기 총장에 앉히려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그런 행보는 검찰 내부의 불신을 자초했고,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의 리더십도 크게 훼손됐다.
특히 검찰개혁의 당위인 검찰의 구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때가 덜 묻은 평검사들을 비롯해 조직 내 신망을 잃어버리는 처지가 됐다. 신 전 민정수석이 이 지검장의 교체를 요구했던 이유도 이 지검장의 리더십으로는 서울중앙지검을 정상적으로 이끌기에 역부족이라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고위 검사는 7일 “이른바 ‘추미애·윤석열 사태’ 때 평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을 대놓고 비판한 것은 전례도 드물거니와 윤 전 총장의 태도를 지지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며 “검찰개혁의 본질이 정권의 입맛대로 왜곡되는 점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검사들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윤 사태는) ‘앞으로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총장이나 검사는 조직의 이름으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계기를 가져다준 검찰사의 큰 모멘텀이 됐다”며 “검찰개혁도 평검사들의 마음을 얻으며 해야지 ‘인사권으로 찍어 누르면 되지’ 하면서 정권이 내부 신망을 잃은 총장을 앉힐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된 데다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으로 도입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 지검장을 상대로 ‘특혜 조사 의혹’에 휘말리면서 청와대가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 카드로 밀어붙일 동력이 떨어진 편이다.
반면 조 차장검사는 추·윤 사태 국면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 재평가를 받으며 신망이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권의 혜택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권력 눈치 보지 않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할 말을 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그는 추 전 장관이 고등검사장으로 승진시켜 검찰 2인자 자리에 올렸으나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사태 당시 추 전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징계 청구 철회’를 호소하는 등 반기를 들었다. 박 장관 취임 이후에도 법무부가 검찰 인사 과정에서 대검 측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여권이 고대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명예 회복과 관련, 검찰이 한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 혐의를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대검 부장회의에서 다시 살펴보라고 했을 때 일선 고검장을 참여시키는 묘수를 내는 등 유연한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한 평검사는 “(조 차장검사가) 소신은 있다고 보여진다. (검찰총장으로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것 같다”고 했고, 대검의 한 관계자는 ”소탈한 성격이라 젊은 연구관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별 잡음 없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부장검사도 “총장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었으면 추·윤 사태 때나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총장대행을 맡으면서 몸을 사리거나 권력 눈치를 봤을 텐데 조 차장검사가 합리적으로 정도에 따라 일 처리를 한 게 호평을 받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 차장검사가) 윤 전 총장과는 다른 색깔로 위기관리능력이나 위아래를 원만하게 조율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윤과 조남관 중 저울질할 경우 청와대의 고심 클 수밖에…이성윤 카드 강행 시 역풍 부담 불가피
역대 검찰총장은 대부분 검찰 내부 인사 중 뽑힌 점을 감안해 청와대가 이번에도 검찰 현직 중 찾는다면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를 놓고 저울질할 공산이 크다. ‘윤석열 트라우마’가 큰 여권 입장에선 내심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이성윤 카드를 집고 싶어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의 신망을 잃은 데다 핵심 피의자 신세이면서 ‘황제 면담’ 논란으로 공수처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린 이 지검장 카드를 밀어붙이려면 엄청난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단순히 야당 반발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적 비난 여론도 거셀 게 뻔하다. 특히, 이 지검장의 검찰 통제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전처럼 ‘윤석열 사단’과의 대립과는 차원이 다르게 검사 대부분을 적으로 돌리게 될 가능성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동안 여권이 자질 부족 등으로 비판 여론이 거셌던 인사도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장관 등 고위직에 그냥 앉혔던 점에 비춰 이 지검장을 총장에 앉힐 가능성도 있다.
조남관 카드의 경우 여권 입장에서는 조 차장검사가 흡족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릴 수 있다. 윤 전 총장처럼 정권에 고분고분하지 않을 경우 여권이 구상하는 검찰개혁 과제 완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조 차장검사가 윤 전 총장과는 결이 다른 데다 ‘정치 검사’스타일도 아니고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차장검사가 평검사부터 중간·고위 간부 검사들로부터 두루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문 대통령 임기 말 검찰조직을 안정화하면서 무리 없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차장검사는 지난 1일 대검에서 열린 군법무관 출신 신임 검사 4명(사법연수원 47기)의 신고식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공정한 검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의로운 검사가 되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동안 검찰은 조직의 뛰어난 수사역량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받지 못했다”며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 정의를 세우는 데 용기를 내지 못한 적이 있었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의를 모르는 척 눈 감은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성하면서 검찰 수사의 잘못된 관행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성윤·조남관도 아닌 제3의 카드 꺼낼 수도
이 지검장이나 조 차장검사가 청와대의 낙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두 사람 외 검찰 내부에선 박 장관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도 거론된다. 여권이 ‘확실한 우리 편’이면서 비검찰 출신을 앞세워 검찰개혁 시즌 2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판사 출신의 한동수(55· 〃24기) 대검 감찰부장도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윤 전 총장과 대립하며 윤석열 징계에 적극적이었던 한 부장은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도 한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 혐의 기소를 강하게 주장했다. 전직 검찰 간부 중에서는 대법관 후보에도 추천됐던 봉욱 전 대검 차장(56·〃19기)이나 조은석(56‧ 〃19기) 감사원 감사위원, 김오수(58‧〃20기)·이금로(56·〃20기) 전 법무부 차관, 양부남(59‧〃22기) 전 부산고검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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