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권 현황’서 ‘n번방’·‘박원순 성추행’ 등 언급

대한민국 여성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여성을 향한 폭력’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는 국제 인권 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국제엠네스티는 149개국의 인권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이 담긴 ‘2020/21 국제엠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을 7일 발표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대한민국 인권 현황과 관련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여성을 향한 폭력이 만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보고서에서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성착취 영상을 유포하는 데 가담한 이른바 ‘n번방’의 주요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되며 온라인상 만연한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과 학대가 드러났다”면서 “‘n번방’ 운영자를 비롯 유사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는 1000여명의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성착취물(영상·사진 등)을 제공하도록 유인한 후 이를 볼모로 협박했다”고 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해 선출직 공무원의 직권남용 및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점도 보고서에서 언급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여성 직원 성추행을 인정하고 자진사퇴했으며,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었으나 직후 사망하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종결됐다”면서 “8월에는 공무원 2명이 북한 출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적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국제엠네스티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및 물류센터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교정시설에서의 집단감염 등 코로나19 상황으로 건강권에 위협을 받은 사례들도 제시했다. 이외에도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 당시 성적소수자(LGBTI)들이 받은 차별과 코로나19 상황으로 비호신청자가 수개월 동안 공항 내 환승 구역에 억류돼 있었던 사례 등을 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구조적 차별과 배제가 증폭된 상황이라는 점을 기술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대한민국 인권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 여성은 온라인상 폭력과 공무원에 의한 폭력에 노출되어 왔다”면서 “LGBTI는 코로나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뿐 아니라 군 복무와 교육에서도 차별에 직면했다. 물류 기업들은 팬데믹으로 건강상의 위험이 특히나 높았던 택배노동자에게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은 “작년 코로나19는 명백한 보건위기였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인권 위기이기도 했다”며 “‘낙태죄’ 폐지,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등 몇 가지 진전이 있었지만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한다. 오랫동안 묵과해온 공고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여성을 향한 만연한 폭력에 맞서 싸우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대한민국의 인권 현황 외에도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들이 기술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수십년간 시행해 온 차별적인 정책으로 여성과 난민 등 기존에도 이미 가장 취약했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으며, 코로나19 최전선의 보건의료인, 이주노동자, 비공식 경제노동자들은 방치된 의료보건체계와 산발적인 경제사회적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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