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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GDP 추월했는데… 정부 “재정건전성 양호”

입력 : 2021-04-07 06:00:00 수정 : 2021-04-07 09: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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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의결
1년 새 241조 늘어… 규모·증가폭 최대
국가채무 846조… 국민 1인당 1636만원
2021년도 적극재정… 재정지표 최악 우려

지난해 국가부채가 198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느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편 데 따른 것이다.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1600만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지 않아 올해도 적극적인 재정투입이 불가피하고,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인 지출 증가 요인도 있어 재정건전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재무제표 결산 결과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조6000억원 증가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지난해 1924조5000억원)을 웃돈 것은 발생주의 개념을 도입해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처음이며, 규모와 증가폭 모두 역대 최대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4차례 추경(67조원) 등 적극적 재정운용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등으로 확정부채가 111조6000억원 늘었고,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가 100조5000억원 증가하는 등 비확정부채가 130조원 불어났다.

 

지난해 국가자산은 2490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0조8000억원 늘었다. 국가자산에서 국가부채를 뺀 순자산은 504조9000억원으로 1년 만에 50조8000억원 감소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D1)는 지난해 846조9000억원으로 1년 만에 123조7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7%에서 44.0%로 1년 새 6.3%포인트 상승했다. 국가채무를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인 5178만1000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636만원으로 전년(1409만원) 대비 227만원 증가했다. 지난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역대 최다인 7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7%로 1982년(3.9%)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았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제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2조원 적자였다. 이 적자폭은 기존 최대인 2019년(54조4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8%로 역대 최고치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부채 규모도 커진 데다 특히 최근 수년간 증가 속도는 상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재정준칙을 마련해 총량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악 재정지표에 미래도 ‘빨간불’… 안이한 정부 “아직 양호”

 

지난해 국가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네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떨어지면서 법인세 감소 등 세수 영향도 컸다. 씀씀이는 늘고, 수입은 줄어든 탓이다.

 

재정 관련 지표가 역대 최악을 기록한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지속 중이고, 그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재정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이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는 정부 설명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6일 정부가 심의·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차례에 걸쳐 모두 67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그 과정에서 국채발행 규모가 111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퇴직한 공무원과 군인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으로 2019년 944조2000억원보다 100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재무제표상 국가부채 1985조3000억원의 52.6%에 해당한다. 퇴직한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829조8000억원, 군인에게 지급할 금액이 214조900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71조4000억원, 29조1000억원 늘었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개 창출’로 대표되는 공공 중심 일자리 사업이 국가 재정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한 해 나라 살림은 씀씀이는 커지고, 수입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총수입은 47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애초 정부가 지난해 7월 추경을 기준으로 국가 총수입을 470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는데, 결산을 해보니 전망보다 8조1000억원이 더 늘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법인세가 16조7000억원이나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7조9000억원 감소했지만,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덕택이다. 지난해 양도소득세는 23조6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5547억원(46.9%) 늘었고, 증권거래세는 8조7587억원이 걷혀 전년 대비 4조2854억원(95.8%)이 늘었다.

 

총지출은 549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4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2019년 485조1000억원 수준이던 총지출을 13.3%나 끌어올렸다. 경기 회복을 위해 예산 집행률을 98.1%까지 끌어올리고 1.4%의 최저 불용률을 기록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총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71조2000억원 적자,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 정부의 실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112조원으로 사상 최대폭의 적자로 이어졌다.

 

정부는 다만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주요국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강승준 재정관리관은 사전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재정으로 큰 폭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선진국이나 세계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별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수지 전망에서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일반정부수지) 적자비율은 -3.1%로 선진국 평균 -13.3%, 세계 평균 -11.8%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2020년 일반정부부채 변화 폭도 한국은 6.2%포인트(41.9%→48.1%)로 선진국 평균 17.9%포인트(104.8%→122.7%), 세계 평균 14.1%포인트(83.5%→97.6%)보다 작다는 설명이다.

 

조세재정연구원장, 통계청장 등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통화에서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충당부채가 GDP의 50%에 육박하고, 충당부채를 더하면 GDP 대비 국가부채가 100%에 육박한다”면서 “결국 충당부채를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충당부채 비중이 낮은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령화가 심각해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향후 통일까지 생각한다면 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값나가는 나라살림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의 장부가액은 12조3123억원에 달해 전체 국유재산 중 1위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 연휴 전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인근을 항공촬영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12.3조 경부고속도 제일 비싼 재산… 4297억 정부세종청사 최고가 건물

 

국유재산 중 가장 비싼 도로는 경부고속도로, 가장 비싼 건물은 정부세종청사 1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유재산 가운데 가장 비싼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서울∼부산)로 12조312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해안고속도로(서울∼목포) 6조8911억원, 남해고속도로(부산∼순천) 6조3340억원, 당진·영덕고속도로(당진∼영덕) 5조6566억원,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하남∼통영) 5조5751억원 순이었다.

정부세종청사 항공촬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가장 비싼 국유 건물은 정부세종청사 1단계로 4297억원이었다. 정부세종청사 2단계는 391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2962억원), 정부대전청사(1972억원), 국회의원회관(1882억원)도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물품 중에서는 행정안전부의 무선중계기(재난안전통신망)가 장부가액 161억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정류기(148억원)와 다른 무선중계기(114억원)까지 행안부의 물건이 1∼3위를 싹쓸이했다. 관세청의 컴퓨터서버는 101억원, 국세청의 국세행정전산화 소프트웨어는 94억원으로 5위권에 포함됐다.

 

지난해 국유재산은 115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1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속적인 도로·철도·하천정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과 기존 보유 국유지의 가격 재평가 등을 통해 토지 가치는 지난해 51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조9000억원(7.2%) 늘었고, 건물은 74조30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조6000억원(2.3%) 증가했다.

 

연구·개발(R&D)과 정보화 투자 등으로 특허권(1393건→1486건)과 소프트웨어(4740억→5784억원) 등 무체재산은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1년 만에 2000억원(16.2%) 늘었다.

 

세종=우상규·박영준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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