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정보가 공개된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24·사진 가운데)씨가 성범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음란)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에게 자신의 성적 음성메시지(신음소리)를 수차례 보낸 혐의다. 세 모녀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13일 전이었다.
이에 앞서 2019년 11월 공공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훔쳐본 혐의(성폭력특별법상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등)로 지난해 4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씨는 만 18세였던 지난 2015년 타인을 향해 욕설 혹은 격렬한 비난을 가해 모욕죄로 약식 기소돼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평소 그가 음란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흔적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과 20대 딸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체포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씨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살인범이라도 보통은 본인이 저지른 일로 스스로 당황해 어떻게든 현장을 떠나려고 한다”면서 “이틀씩이나 그 집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생존을 한 건 일반적인 범죄자의 패턴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씨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큰 이유로 ▲흉기를 미리 구하는 등 계획 살인 정황 ▲관계망상에 따른 적대감 ▲현장 행동 패턴이 일반인과 다른 점 등을 꼽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김씨는 퀵서비스 배달 기사로 위장해 A씨의 집에 침입한 뒤 A씨의 여동생, 모친, 그리고 A씨 순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현장에서 이틀을 보냈다. 그가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이었고 과다 출혈로 많은 수분을 보충한 정황도 파악됐다.
김씨는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 A씨로부터 자신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듣고 무시당한 느낌을 받아 범행을 계획했으나, A씨의 모친과 여동생을 숨지게 한 건 ‘우발적으로’ 발생한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매우 다르다”며 “아마 틀림없이 김태현은 본인이 무시당한 피해를 봤다면서 매우 억울해하고 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예측했다.

김씨는 오는 9일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은 김씨의 스토킹 정황을 파악하는 한편, 더 자세한 범죄심리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범행 동기 등도 분석하고 있다.
이 사건에는 지난 2016년 5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에서 피의자 조사를 담당했던 프로파일러, 2019년 10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냈던 프로파일러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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