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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일자리' 등 부메랑…최악 재정지표에도 정부는 "양호"

입력 : 2021-04-06 18:35:34 수정 : 2021-04-06 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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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회계연도 국가 결산

코로나로 네 차례 추경 67조 편성
그 과정서 국채발행 111조 달해

총지출 550조… 1년새 65조 증가
예산 집행률 98.1%로 끌어올려
쓸 곳 많은데 국세 수입은 줄어

통합재정 71조·관리수지 112조
사상 최악 마이너스로 이어져도
정부 “재정건전성 나쁘지 않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네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떨어지면서 법인세 감소 등 세수 영향도 컸다. 씀씀이는 늘고, 수입은 줄어든 탓이다.

재정 관련 지표가 역대 최악을 기록한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지속 중이고, 그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재정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이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는 정부 설명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6일 정부가 심의·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차례에 걸쳐 모두 67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그 과정에서 국채발행 규모가 111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퇴직한 공무원과 군인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으로 2019년 944조2000억원보다 100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재무제표상 국가부채 1985조3000억원의 52.6%에 해당한다. 퇴직한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829조8000억원, 군인에게 지급할 금액이 214조900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71조4000억원, 29조1000억원 늘었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개 창출’로 대표되는 공공 중심 일자리 사업이 국가 재정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한 해 나라 살림은 씀씀이는 커지고, 수입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총수입은 47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애초 정부가 지난해 7월 추경을 기준으로 국가 총수입을 470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는데, 결산을 해보니 전망보다 8조1000억원이 더 늘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법인세가 16조7000억원이나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7조9000억원 감소했지만,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덕택이다. 지난해 양도소득세는 23조6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5547억원(46.9%) 늘었고, 증권거래세는 8조7587억원이 걷혀 전년 대비 4조2854억원(95.8%)이 늘었다.

총지출은 549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4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2019년 485조1000억원 수준이던 총지출을 13.3%나 끌어올렸다. 경기 회복을 위해 예산 집행률을 98.1%까지 끌어올리고 1.4%의 최저 불용률을 기록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총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71조2000억원 적자,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 정부의 실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112조원으로 사상 최대폭의 적자로 이어졌다.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총세입과 총세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다만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주요국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강승준 재정관리관은 사전브리핑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재정으로 큰 폭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선진국이나 세계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별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수지 전망에서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일반정부수지) 적자비율은 -3.1%로 선진국 평균 -13.3%, 세계 평균 -11.8%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2020년 일반정부부채 변화 폭도 한국은 6.2%포인트(41.9%→48.1%)로 선진국 평균 17.9%포인트(104.8%→122.7%), 세계 평균 14.1%포인트(83.5%→97.6%)보다 작다는 설명이다.

조세재정연구원장, 통계청장 등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통화에서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충당부채가 GDP의 50%에 육박하고, 충당부채를 더하면 GDP 대비 국가부채가 100%에 육박한다”면서 “결국 충당부채를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충당부채 비중이 낮은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령화가 심각해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향후 통일까지 생각한다면 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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