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식투쟁으로 심신 허약해져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사진)가 수감 중인 교도소 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당국의 나발니 독살 시도를 들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비난한 적이 있는 만큼 나발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발열과 기침 증상으로 교도소 내 의료시설로 옮겨져 코로나19 진단검사 등 여러 검사를 받았다. 나발니는 체온이 38.1도까지 올랐으며 기침이 심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건강 악화는 최근 벌인 단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등과 다리 등에 통증이 있다”며 교도소 측에 의료 조치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얼마 전 “외부 의사의 진료를 허가해달라”며 단식투쟁에 돌입한 바 있다.
나발니는 현재 모스크바 인근 블라디미르주(州) 파크로프시(市)의 제2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곳은 재소자들에게 가혹하기로 악명 높은데, 나발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노골적인 폭력 대신 숨막히는 감시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성토해 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항공기에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 1월 귀국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반대에도 러시아 사법당국은 귀국 직후 나발니를 체포했다. 그는 곧바로 열린 2014년 사기사건 관련 집행유예 취소 재판에서 ‘실형 전환’ 판결을 받았다.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됨에 따라 현재 투옥 중이다.
나발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하는 경우 러시아 정부, 그리고 푸틴 대통령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이 러시아 당국에 의해 이뤄졌다는 전제 아래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른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프랑스 등 EU 국가들과 영국 또한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어 러시아 대 서방의 대립 구도 격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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