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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모바일사업 접은 LG… "뚝심보다 실용주의 선택"

입력 : 2021-04-06 06:00:00 수정 : 2021-04-06 02: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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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표 ‘선택과 집중’
2018년 취임 후 부실 계열사 정리
LG서브원 시작 고강도 구조조정
MC사업 인력 신사업 배치 유력
7월31일자로 철수… AS는 계속
LG공백에 삼성 독주체제 더 강화
서울 시내 한 LG전자 매장 내 진열된 LG전자 스마트폰. 연합뉴스

LG전자가 스물세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온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금성통신이 자체 기술로 제작한 휴대전화 GSP 9100이 출시된 지 3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7월31일자로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영업정지를 공시했다. 영업정지 사유는 사업 경쟁 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 부진이다. LG전자는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한 뒤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5년 2분기부터 스물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 규모는 5조원에 달했다. 지난 1월 모바일 사업 운영 방향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LG전자는 사업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 독일 자동차그룹 폴크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논의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통신사 등에 계약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하고,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사후 서비스를 지속할 방침이다. 사업 종료에 따른 협력사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을 지속해서 협의할 예정이다. 현재 MC사업본부 인력은 오는 7월 출범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등에 전환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사업도 적자 땐 손절”… 폰 버리고 車전장·AI 택했다

 

LG전자의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철수에는 취임 이후 부실 계열사들을 향해 칼을 빼들어 온 구광모(사진) LG전자 회장의 결단과 미래 사업 육성 의지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모바일 사업의 역사와 함께해온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로 국내 모바일 시장은 삼성전자 독주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날 휴대폰 사업 종료와 함께 전장을 비롯한 6G(6세대 이동통신) 및 소프트웨어 산업 등 유망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2018년 취임한 이후 꾸준히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변화를 추구해 온 구 회장이 휴대폰 사업 종료를 통해 주력 사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LG전자는 2015년 2분기부터 적자를 면치 못한 MC사업에 대해 뚜렷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타 기업에 비해 이사회 성격이 보수적이고, 선대 회장들이 사업적인 판단보다는 뚝심을 갖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반면 구 회장은 실용주의에 따라 사업성이 낮은 부문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취임 직후인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세리스템즈,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올레드 사업, 수처리 자회사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 등을 연이어 청산 또는 매각했다.

 

구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올해 LG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주력 사업과 성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다”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고객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제 관심은 MC사업의 철수로 재편한 조직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에 쏠린다. 사업구조 재편으로 정점을 찍은 LG그룹은 향후 배터리, 자동차 전장,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전장 사업이 최근 LG그룹이 가장 주력하는 신성장 동력이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하는 VS사업본부, 램프 사업을 하는 ZKW, 파워트레인 담당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 3대 축으로 본격적으로 성장 가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 10%대를 기록했던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생긴 공백은 69%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아이폰보다는 이미 익숙한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가진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1 시리즈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갤럭시Z플립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LG V50 씽큐를 포함해 LG전자 공백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모바일 단말기 주 유통통로인 통신사의 경우 삼성전자와의 수급계약에서 교섭력이 떨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 경쟁력 및 선택권 축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소니·샤프·후지쓰·교세라 등이 내수용 스마트폰을 생산·판매하고 있고 중국도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현지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는 모바일사업 철수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LG전자는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계속 생산한다. 또 LG전자는 7월 31일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구매 고객과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서비스(AS)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센터 내 스마트폰 AS를 담당하는 인력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국가별 기준·법령에 따라 사후 서비스 제공 및 수리, 부품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스마트폰 품질 보증 기간은 2년, 부품 보유 기간은 4년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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