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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정보 이용 투기’ LH직원 첫 영장

입력 : 2021-04-05 20:00:00 수정 : 2021-04-05 22: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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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친인척 등과 광명 22필지 매입
제 3기 신도시 업무 전반 관여
前 시의원 투기 인천시청 압색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업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혐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A씨와 그의 지인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업을 담당했던 A씨는 지난달 2일 참여연대 등의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경찰이 3기 신도시 수사에 착수한 이후 전·현직 LH 직원 중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A씨가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주변 지인·친인척들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6명 명의로 3기 신도시 중심지인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땅 22개 필지를 사들였다. 이들은 참여연대 등이 투기 의혹을 제기한 강모씨(일명 ‘강 사장’)를 비롯해 전·현직 LH 직원 등 15명보다 이른 시기에 신도시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 등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28명 명의로 광명시 옥길동과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 14개 필지를 매입했다.

 

2017년 초 3기 신도시 개발부서에 근무했던 A씨는 신도시 예상지역의 개발제한 해제 여부와 신도시 개발 발표 시점 등 업무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특정 개발 관련 결정 사항이 확정될 시기를 전후해 본인 명의 대신 가족과 친구 등 지인 명의로 땅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3기 신도시 원정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전북본부 관계자와 전북 지역 의사들에게도 신도시 개발 관련 정보를 건넨 정황을 확인했다. 전북경찰청은 이날 LH 전북지역본부 직원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2015년 내부 정보를 이용해 완주의 한 개발지역에 아내 명의로 투기한 혐의를 받는다.

 

인천경찰청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전직 인천시의원 C(61)씨와 관련해 자택과 인천 시청·시의회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경기도청 기업투자유치담당 팀장 B씨가 재직 당시 가족 회사명의 등으로 매입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인근 토지 8필지(2400여㎡)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도 했다.

 

하지만 LH 사태가 터지고 경찰이 부동산 투기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주축이 된 특수본은 이날 오전 기준 총 152건·639명을 수사하고 있다. 이 중 국회의원은 5명이고, 지방의원 30명, 지방자치단체장 8명, 고위공직자 2명, 국가·지방공무원 96명, LH 직원 37명 등이다. 전체 사건 중 3기 신도시 관련 사건은 총 51건·200명 정도다.

 

특수본 인력(약 1560명)과 수사 대상 규모만 보면 대단한데 경찰이 구속한 사람은 현재까지 포천시 공무원 D씨뿐이다. D씨는 지난해 9월 내부정보를 이용해 전철역사 예정지 인근 40억원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하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수본이 명운을 걸고 수사하고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흡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친 바 있다.

 

김승환 기자, 수원·인천=오상도·강승훈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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