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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벚꽃관람 경쟁률 32대1 “한적해 안심”

입력 : 2021-04-05 19:28:37 수정 : 2021-04-05 22: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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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 제한 위해 사상 첫 추첨
오후엔 장애인 등 배려층 관람
추첨제 모른 일부시민 항의도
시간당 관람 인원제한을 둔 여의도 봄꽃축제가 시작된 5일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벚꽃길을 찾은 시민들이 사전예약 접수 확인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사람 많은 곳은 아예 못 가는데…. 이렇게 한적하게 공간을 만들어줘서 올 수 있었어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서 만난 뇌병변 장애인 김모(35)씨는 “날씨 좋은 날 벚꽃 날리는 곳에 앉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윤중로를 찾은 활동보호사는 “감염에 취약한 장애인들은 벚꽃축제 등을 즐길 기회가 거의 없다”면서 “이렇게 나오니 좋다”고 말했다. 밝은 표정의 김씨는 행사장의 DJ 부스에서 자신이 신청한 노래가 나오자 휠체어에 앉아 몸을 들썩였다.

 

매년 벚꽃이 필 때면 북적이던 윤중로가 한적한 산책로로 변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윤중로가 전면 통제됐지만, 올해는 추첨을 통해 사전예약 방식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하루 다섯 번, 각 1시간30분 동안 최대 72명이 윤중로에 입장하게 된다. 온라인 신청 인원은 3만5000여명으로, 경쟁률은 32.4대 1에 달했다.

 

이날 첫 입장시간인 오전 11시에는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윤중로를 찾았다. 아내와 4살 딸의 손을 잡고 온 정모(37)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잘 안 했는데 인원이 제한돼 있어서 안심하고 왔다. 당첨돼서 기쁘다”며 “가족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벚꽃축제에 왔다는 이모(26)씨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 원래 벚꽃놀이를 잘 즐기지 않았다”면서 “사람이 없는 윤중로는 너무 예쁘고 오붓하게 걷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이 일부 통제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현모 기자
5일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 마련된 DJ부스 앞에 앉아 음악을 즐기고 있다. 구현모 기자

문화배려계층(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등) 입장시간인 오후 2시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눈에 띄었다. 영등포구는 매일 오후 2시와 5시 시간대에는 일반 예약을 받지 않고, 주민센터를 통해 문화배려계층이 사전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박모(77)씨는 “주민센터에서 먼저 전화가 와 나오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외부활동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아서 적적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좋다”고 했다.

 

일부 시민은 추첨 사실을 알지 못하고 현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한 40대 남성은 “무슨 자격으로 출입을 막고 통제하냐”며 구청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5일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다. 구현모 기자

영등포구 관계자는 “최소한의 시민이라도 벚꽃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추첨제 축제를 기획했다”며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시기이지만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지혜·구현모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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