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23야드 장타 ‘여자 디섐보’
1∼4라운드 내내 선두 안 놓쳐
LPGA 데뷔 첫 메이저퀸 감격
신인선수론 14번째 메이저 정상
김세영 3위, 고진영·박인비 7위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22·태국)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신예로 세계랭킹은 103위에 불과했다. 2018년 US여자오픈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공동 5위에 올랐고 2019년 LPGA 2부 시메트라 투어에서 3승을 거둔 것이 전부다. 2020시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파행을 겪어 올해도 여전히 신인 신분으로 뛰고 있다.
이처럼 무명이던 타와타나낏이 ‘대형사고’를 쳤다. 그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타와타나낏은 이날만 10타를 줄이며 맹추격전을 펼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4)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데뷔 첫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우승 상금은 46만5000달러(약 5억2500만원). 타와타나낏은 우승 뒤 대회 전통에 따라 18번 홀 근처 포피의 연못으로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메이저 퀸에 오른 감격을 만끽했다.
타와타나낏은 “어젯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 두 차례 명상하며 조급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루키 시즌에 메이저 챔피언에 올라 미칠 듯이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1∼4라운드 내내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신인 선수의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은 역대 14번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1984년 줄리 잉크스터(미국) 이후 37년 만이다. 또 타와타나낏은 2000년 카리 웹(호주) 이후 21년 만이자 역대 4번째로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2016년 7월 브리티시여자오픈, 2018년 6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에리야 쭈타누깐(26)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태국인 메이저 챔피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타와타나낏은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1위(66점)로 나섰고 신인상(407점) 경쟁에서도 리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149점)를 크게 따돌리고 선두를 달렸다. 상금은 넬리 코르다(미국·60만7657달러)에 이어 2위(56만1696달러)다.

타와타나낏의 주무기는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하는 장타력이다.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23야드를 기록하며 이번 시즌 장타 부문 2위(283.7야드)에 올라 ‘여자 디섐보’로 불릴 정도다. 타와타나낏은 3라운드까지 2위 그룹에 5타차 앞서 우승이 예상됐고 이날도 2번 홀(파5)에서 칩샷으로 이글을 잡아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8타 차 공동 7위이던 리디아 고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그는 4번 홀까지 4타를 줄여 공동 2위에 합류했고 6∼7번 홀, 9~11번 홀에서 버디쇼를 펼치며 2타 차까지 압박했다. 하지만 타와타나낏은 침착한 플레이로 2타차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을 지켜냈다.
김세영(28·미래에셋)이 6타를 줄여 넬리 코르다, 펑산산(중국) 등과 공동 3위(11언더파)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솔레어)과 2위 박인비(33·KB금융그룹)는 공동 7위(10언더파)에 자리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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