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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운동화 불매운동 와중에 中 브랜드 폭리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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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5 14:44:57 수정 : 2021-04-05 15: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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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발휘했다가 되레 ‘바가지’ 써
“당국이 나서 투기열 식혀야” 촉구도
중국 상하이의 한 나이키 매장 앞을 중국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인권탄압을 이유로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는 서방 패션 브랜드를 겨냥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에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다만 서방을 비판하고 중국인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부 중국 브랜드 운동화가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도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타깃으로 한 불매운동은 지난달 23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해당 브랜드들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탄압 문제를 들어 신장 면화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서방 브랜드에 대한 웨이보 게시물은 곧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표적으로 공산주의청년단은 지난달 24일 웨이보에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려 하나? 허황한 망상”이라고 H&M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달 말 중국 외교부와 공산당 선전부서 관리들이 참여한 한 회의에서 ‘위구르족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옮겨오니 이를 밀어내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논의에 참여한 일부 관리는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 확산을 예로 들며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당시 홍콩 시위가 격화하자 중국 당국은 중국 내 인터넷상 뉴스를 검열하고 ‘시위가 중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서방 세력의 음모에서 기인했다’는 논리를 확산시켰다. 결국 중국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중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며 국내 여론을 결집시킬 수 있었고 홍콩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됐다.

 

WSJ은 서방 패션 브랜드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중국인을 하나로 묶는 작용을 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방의 중국 비난을 사전에 예방한 승리 사례”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맨 오른쪽)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캡틴쿡 호텔에 마련된 미·중 고위급 회담장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맨 왼쪽)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두 번째)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이 고위급 회담에선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주 인권탄압 의혹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에 거친 설전이 오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외국산 브랜드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그 사이 중국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과정에서 일부가 중국 브랜드 인기 운동화 매점을 통해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일부 신발 중개상들이 ‘리닝’, ‘안타’ 등 중국 운동화 브랜드 상점들을 돌며 인기 모델을 사이즈 혹은 색상별로 쓸어간 뒤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비싸게 되팔았다.

 

중국의 대표 신문 인민일보는 “많은 누리꾼의 중국산 브랜드 지지는 매우 정상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부 신발 투기꾼들이 이 틈을 타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풍파를 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이어 ”애국심 있는 누리꾼들이 열정을 가지고 중국 브랜드를 지지하다가 되레 바가지를 썼다”며 “감독·관리부서가 단호히 나서 이번 신발 투기열을 식혀야 한다”고 당국에 촉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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