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규제 강남 일부의 문제
종합부동산세 더 세게 때렸어야” 일침
“청년들까지 주택 경쟁 내몰아선 안돼
희망이 되는 주거 지원 활성화 시켜야”

“서대문구는 재건축·재개발을 막은 적이 없습니다. 강남 재건축을 안 해주고 있는 거죠.”
문석진(사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문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홍은동, 충정로, 연희동이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됐다”며 “서대문구에서는 인왕시장 쪽만 개발하면 홍제권까지 다 개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문제가 강남 일부 지역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강남 아파트에서 35층 이상을 해 달라고 하는 건데 그런 이익만 가지고 규제를 풀면 더 큰 자본격차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가 토지 투기에 관대했다. 종합부동산세를 세게 때렸어야 했는데 부동산 가진 사람들이 집값 상승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내성을 키워준 셈이 됐다”고 일침을 놨다.
서대문구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청년주택 1호인 북가좌동의 ‘이와일가’를 비롯해 남가좌동 청년공유주택 ‘청년누리’, 홍은동 ‘청년미래 공동체주택’,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청년들을 위한 북가좌동 ‘견우일가’ 등 총 5호의 청년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신촌에 조성되는 6호 청년주택은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홍제동, 천연동, 연희동에는 대학생, 청년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구에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 주요 9개 대학이 밀집해 있는 요인도 있지만 주택의 소유와 주거 개념을 분리해야 한다는 문 구청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문 구청장은 “아파트 가격을 연착륙시키면서 동시에 주택을 살 수 없는 청년들에 희망이 되는 주거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힘없는 청년들까지 주택으로 경쟁하라고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구청장은 청년 창업가를 위한 조력자 역할을 자임한다. 서대문구와 서울시는 신촌 뒷골목 모텔들을 매입해 청년 기업가들의 주거·업무 공간인 ‘창업 꿈터’로 조성하고 있다. 신촌동 주민센터에는 복합화 사업을 통해 3~4층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신촌 기차역 인근 바람산 언덕 일대는 광장으로 조성해 청년들이 산책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그는 “스타트업 청년들이 설명회를 할 때 건물 안에서 하는데 야외에서 차도 마시고 대화도 하며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주면 공간에서 창의력이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3선인 문 구청장은 임기를 1년 남짓 앞두고 있다. 그는 다음 행보에 대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계획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어 구청장을 시작했다”며 “기회가 주어지는 데로 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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