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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채용 39% 줄여… 文정부 ‘비정규직 0’ 정책 탈났나

입력 : 2021-04-05 06:00:00 수정 : 2021-04-05 08: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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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는 2021년 계획도 못 세워
전 직원 강제휴업 그랜드코리아레저
코로나 직격탄 마사회 채용 불투명
수년간 대규모 공채 LH 투기사태
조직개편 앞두고 일정 무기한 연기

“무리한 정규직 전환에 조직 비대
신규 채용여력 줄어” 비판도 나와
한 취업준비생이 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채용정보 취업게시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고 상반기 중 채용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일부 공기업들은 아직도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와 기관 내부 문제 등으로 올해 공기업의 채용 예정 규모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공기업 4곳 중 1곳은 채용계획도 아직 세우지 못했고, 일부는 채용을 하지 않거나 줄일 계획이어서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 채용을 지난해보다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주요 공공기관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올해 전체 36개 공기업(시장형 16개, 준시장형 20개)은 정규직 5019명, 무기계약직 70명 등 총 5089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향후 채용 확대를 검토하는 기업도 있어 올해 실제 공기업 채용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계획만 놓고 보면 지난해 36개 공기업이 채용한 정규직 7638명, 무기계약직 712명 등 총 8350명과 비교해 39.1%(3261명)나 감소한 규모다.

전체 공기업 중 25%인 9곳은 올해 채용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 코로나 19로 경영이 악화한 한국마사회나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올해 채용 자체가 불투명하다. 마사회는 지난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연간 기준으로 2000억원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전 직원에 대해 주 1회 휴업을 시행하고, 사내 노동위원회 협의를 거쳐 기본급의 5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른 임시휴업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1000여명 규모의 대규모 신규 채용을 진행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채용은 무기한 연기됐다. LH가 올해 초 공개한 2021년 채용계획을 보면 상반기 채용형 인턴(5·6급) 150명, 하반기 채용형 인턴(5·6급) 200명, 업무직(무기계약직) 160명, 체험형 청년인턴(700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이는 전체 약 1200명으로 지난해(960명)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일부 소속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예고돼 있어 올해 상반기 채용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하반기 채용 일정도 오리무중이다.

LH 관계자는 “정부의 땅 투기 의혹 후속대책 중 LH 조직개편 방향 등이 확정되면 이를 감안해 신규 채용 규모 등 공채계획 전반을 새로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20조원을 넘어가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석유공사도 올해 채용계획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올해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을 앞둔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신규 채용계획이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40명을 채용할 예정이지만 지난해(7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32명을 채용한 한국공항공사도 올해 상반기 96명을 뽑고, 하반기에 추가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지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2일 인천국제공항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현상을 두고 현 정부가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으로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고용 부진이 심각해짐에 따라 공공기관 조기 채용을 독려하고 있다. 전체 공기업이 올해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5089명 중 상반기 채용 절차를 시작하는 인원은 50.5%(2568명)다.

공기업 가운데 올해 채용 예정 규모가 1400명으로 가장 큰 코레일은 그중 870명을 상반기에 채용할 예정이다. 한전은 1100명, 한수원은 432명, 한국수자원공사는 365명, 한국도로공사는 314명, 한전KPS는 230명, 한국남동발전은 152명을 올해 각각 뽑을 예정이다.

사진=뉴스1

◆신입보다 경력 선호… 공채도 사라진다

 

주요 대기업들의 수시채용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경력직원 선호도가 높아 신규 취업문이 크게 좁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계 투자기업(외투기업)은 10곳 중 1곳만이 올해 채용을 늘릴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계열사별 수시채용으로 전환해 구직 사이트 등에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 롯데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대규모 정기 공채를 진행했는데 이를 없애고 계열사별로 필요한 시기와 인원을 판단해 수시로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것이 기업운영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대규모 인원을 한자리에 모아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의 수시채용 전환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9년 매년 상·하반기에 하던 정기 공채를 폐지했으며 LG그룹도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SK그룹은 내년부터 전면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되면 5대 그룹 중에서는 삼성만 정기 공채를 유지하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는 대기업보다 경력직원을 뽑겠다는 대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업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이날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대기업 20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력을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55.2%로 신입(47.3%)을 뽑는다는 곳보다 많았다.

 

국내 외국계 투자기업 가운데 올해 채용을 늘릴 계획이 있는 곳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해 국내 고용시장의 한파가 외투기업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종업원 수 100인 이상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진출 외국계 기업 채용·투자 동향’을 통해 올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외투기업이 11.6%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9.1%)보다는 채용을 하겠다는 비율이 조금 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10% 내외에 머물렀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다만 올해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2%로 지난해(26.7%)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세웠거나 이미 채용한 외투기업들은 신입과 경력 채용 비중을 40.2%대 59.8%로 답해 외투기업 역시 경력채용 비중이 신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우상규 기자, 나기천·이우중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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