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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조사’로 불신 자초한 공수처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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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4 19:10:49 수정 : 2021-04-04 22: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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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형의 고위공직자 조사기법을 도입했으니 이거야말로 인권 친화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걸 특혜, 황제 조사라 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가 최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김 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자신의 관용차까지 제공하며 ‘특혜 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양 변호사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나의 상식, 법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라고 성토했다. 이처럼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방안 중 핵심인 공수처가 1호 수사를 해보기도 전에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된 데는 김 처장의 책임이 크다.

김선영 사회부 기자

공수처의 존재 의의는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에 있다고 강조해 온 김 처장 스스로가 존재 의의를 훼손하는 듯한 처신으로 공수처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이 지검장을 공수처로 불러 기초조사를 하고도 조서를 남기지 않았다가 9일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추궁하자 그 사실을 시인해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 지검장을 자신의 관용차에 태워 별도의 신원 확인 없이 공수처 청사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 것까지 뒤늦게 드러났다. 김 처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문재인정부의 ‘검찰 황태자’인 이 지검장에게 지나친 특혜를 배푼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가뜩이나 이 지검장이 자신 관련 수사와 기소 여부는 검찰이 아니라 모두 공수처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상황에서 공수처 수사의 신뢰성 자체를 떨어뜨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가 “공수처 수사대상은 살아있는 권력으로 그만큼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식의 조사를 한다면, 앞으로 훨씬 끗발이 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과연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수처는 출범 전부터 여당이 관련법을 개정해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거부권을 무력화하면서 공정성·중립성 논란에 휩싸인 채 탄생했다. 야당의 ‘정권 옹호처’라는 비판 등 이런 논란을 부질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초대 수장인 김 처장의 독립성·공정성 의지와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김 처장이 ‘이성윤 황제 영접 수사’ 논란을 자초하면서 1호 수사를 해보기도 전에 공수처의 신뢰에 흠집이 불가피해졌다. 공수처가 맡는 주요 사건마다 공정성 시비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김 처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해명했다. 어떤 약속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김 처장은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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