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비롯한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 후속조치로 내놓은 ‘부동산 투기근절 대책’에 대한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 몰수를 소급 적용하고, 농지를 강제 처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하나같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급급해 헌법까지 무시한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에 대해 즉각 강제처분 명령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한 강제처분을 위해 현행 1년인 처분 의무기간을 배제하도록 농지법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로 부당이득을 얻은 데 대한 몰수 처분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까지 추진키로 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현행법으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 부당이익을 몰수하고 있고 이미 추진 중”이라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몰수를 위한 소급입법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인들은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헌법상 소급입법은 명확히 금지된 행위인데도 정부 여당이 LH 사태에 분노한 국민감정을 이용해 헌법도 무시한 채 일을 진행하려 한다고 봐서다. 헌법 제13조2항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권재호 변호사(법무법인 센트로)는 “(소급 적용의) 위헌성 자체를 부인할 수 없다”며 “공익상 필요가 엄청날 때 소급 적용이 허용될 수 있는데 이번 사태가 본질적으로 그 정도의 공익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 역시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벌어질 때마다 소급입법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결국 헌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지 강제처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이 부분도 분명히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제처분을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김한규 변호사도 “정부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내용의 정당성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국민적 분노가 큰 상황에서 누가 대책에 반대할 수 있겠나.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안정성에 대한 고려와 존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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