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허위광고 사건 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면서 1년여 만에 진실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민형)는 지난주 수차례에 걸쳐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위 청사에 수사관 등을 보내 사건 당시 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지난 2월 말 고발인인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소환해 조사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유 전 관리관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16명은 2019년 9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전현직 공정위 관계자 17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당초 이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했다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조사부에 재배당했다.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2012년과 2016년 조사한 뒤 각각 무혐의 및 심의절차 종료 처분했다. 이를 두고 부실 조사와 정부 차원의 조직적 은폐라는 의혹이 일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은 ‘인체무해한 성분’, ‘가족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등의 표현으로 제품을 광고한 바 있다.
유 전 관리관 등은 고발 당시 “공정위가 대기업들을 처분·고발하지 않음으로써 완전한 면죄부를 줬고 피해자들에게는 개인별로 민사상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고통을 제공했다”며 “직무유기, 직권남용, 범인은닉·도피, 증거인멸에 대한 형사책임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와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의 허위 광고에 대해 실증 책임을 물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는 공정위가 이를 검증하지 않고 은폐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옥시 제품 성분과 다르게 유해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CMIT과 MIT 성분으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데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한편, 이윤규 전 애경산업 대표는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 당시 특별조사위원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 사회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최모 전 SK케미칼 팀장과 고모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양모 전 애경산업 전무도 벌금 500∼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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