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많은 민주주의 행성에선 양당제라는 정치적 중력이 지배한다” [책에서 만난 문장]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책에서 만난 문장

입력 : 2021-04-04 10:00:00 수정 : 2021-04-02 20:04: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양당제라는 정치적 중력이 지배합니다. 수많은 정치 세력이 중력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죠. 이름 모를 정당이 무관심 속에 생기고 사라졌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정당조차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정치 신인, 정치 자금, 미디어의 관심 등 모든 것이 가운데로 몰려듭니다. 이들이 다 가져갔으니 중도 자리 외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척박한 토양이 아니라 토양 자체가 없는 셈이죠. 양당의 정책과 가치가 정치판뿐 아니라 일상을 지배합니다. 그러니 제3지대 정당, 제3지대 정치인의 실패는 이들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그 중력을 이길 힘이 없어서죠.”

 

―남태현, 2021, [미국 정치 평전], 파주: 오월의봄, 93쪽.

 

미국 솔즈베리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남태현 교수는 책 [미국 정치 평전]에서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양당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이제는 어떤 정치적인 중력으로 작용한다며 재미 있는 ‘중력 민주주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즉 단순다수 대표제로 인해 미국 정치는 중도의 양당으로 수렴되면서 제3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죠. 아주 재미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력 민주주의는 정치적 에너지를 극단적인 좌파나 극우를 피해 중도로 수렴시키고 사회 전체적으로 중도로 통합시키는 강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외감을 낳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외감이 쌓여서 ‘민주주의 오발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탄생시켰다고 저자는 분석하지요.

“소외는 고립으로, 혼란은 분노로 커졌고 조그마한 출구라도 열리면 쏟아질 태세였습니다. 이들에게 트럼프는 초대형 슈퍼 울트라 메가폰이었죠. ‘인간 수류탄’이자 ‘빅엿’이었습니다. 트럼프가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한, 어떤 말을 하건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뻔한 거짓말도, 무례한 선동도 알면서 즐겼습니다. 트럼프에 대한 열광적 지지는 열성적 투표로 이어졌습니다.”(144쪽)

 

남 교수의 책 [미국 정치 평전]은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잘 알지 못하는 미국 민주주의와 정치를 쉽게, 그러면서도 핵심을 잘 보여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미국 민주주의 특징과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이상하고 독특한 선거제도의 역사와 현재를 분석하면서, 트럼프의 반민주적 행태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유 등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지요.

 

이번에 한국에서 치러지는 서울시장 및 부장시장 선거에서도 역시 중력 민주주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군요. 기호 1, 2번을 각각 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간 대결로 압축되는 모양새이니까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당신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요.(2021.4.4)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