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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추구 합리적 실용주의자 비스마르크의 리더십 엿보다

입력 : 2021-04-03 03:00:00 수정 : 2021-04-02 20: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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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하르트 콜브/김희상 옮김/메디치미디어/1만9000원

지금, 비스마르크/에버하르트 콜브/김희상 옮김/메디치미디어/1만9000원

 

“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말과 표 대결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결단은 철과 피로써 이뤄져야만 합니다.” 우리는 비스마르크라고 하면 흔히 국제관계 등에서 이같이 ‘철혈’을 강조한 강경보수 정치가로만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의 역사학자 에버하르트 콜브의 책 ‘지금, 비스마르크’(메디치미디어)는 이런 우리의 선입견을 단박에 깨뜨린다. 저자는 오히려 비스마르크가 대외관계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집요하게 추구했고, 정통 보수주의자였지만 ‘이데올로기 병’에 빠지지 않고 현실 문제에선 매우 유연하고 합리적인 실용주의자였다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프로이센이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던 1862년, 그는 47세의 나이로 수상이 된다. 그는 이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오스트리아까지 포함하는 대독일 통일이 아니라 북부 독일만이라도 통합하는, 더 현실적인 소독일 통일을 지향했다.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 및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국익과 독일 통일을 위해 최대한 전쟁을 빨리 종결시켜 주변 강대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려 했다. 협상에서도 독일 통일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나머지 부문은 현실적으로 타협을 마다하지 않았다.

제국 건설 뒤에는 전쟁보다 외교적 방법으로 세력균형을 추구하면서 평화의 중재자 면모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20년간 유럽 평화를 지켜냈다는 평가다. 특히 냉철한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극단적인 ‘예방전쟁’의 전략을 취하지 않으면서도 평화 역시 쉽게 오지 않는다며 강력한 부국강병을 펼쳐나갔다. 극단적인 ‘예방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부국강병이라는 중용, 균형전략을 택한 셈이다.

“나중에 불가피해지지 않을까 해서 치르는 전쟁, 나중에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해서 치르는 전쟁은 나와는 거리가 먼 생각이다. …전쟁이 쉬워 보일 때 커지며, 전쟁이 어려워 보인다면 사라진다. 우리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만큼 더 전쟁은 일어나기 어렵다.”

그는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의 근대화를 추구하는 한편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장기적으로 나라를 허무는 것이라며 복지국가와 대중교육 체제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정치적 적대자인 사회민주주의자와 가톨릭 세력에 대해 때로는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등 어둠도 없지 않았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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