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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금·지·화·목·토·천·해… 왜?

입력 : 2021-04-03 03:00:00 수정 : 2021-04-02 2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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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천문학이 발견한 명왕성
기술발달로 유사 천체 잇단 관측
태양계 아홉번째 행성 지위 박탈
결정적 근거 제시 학자 소회 담아
2015년 7월14일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무인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가 찍어 지구로 보내온 명왕성의 모습. 나사 제공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마이크 브라운/지웅배 옮김/롤러코스터/2만원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한때 태양계는 이렇게 9개의 행성으로 이뤄져 있었다. 주입식 교육이 일반적이었던 ‘라떼는’ 마치 암송하듯 리듬에 맞춰 이 순번을 외우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태양계에서 명왕성은 퇴출당했고 요즘 아이들은 그 존재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 태양계에 행성은 수성에서 해왕성까지 8개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명왕성의 발견은 20세기 천문학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다. 1930년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된 명왕성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톰보가 속한 미국 애리조나의 로웰 천문대는 이 새로운 별의 이름을 공모했다. 전 세계에서 1000건 이상의 제안을 받았으나 마지막에 명왕성이라는 이름이 낙점됐다. 명왕성라는 이름을 제안한 이는 당시 11살이던 잉글랜드 옥스퍼드의 소녀 베네티아 버니다. 그는 로마 신화 속 저승의 신인 명왕(Pluto)이 어둡고, 추울 거라고 생각되는 태양계 끝자락에 위치한 별에 적합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름은 곧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1930년 월트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의 개 동료로 플루토를 만들었다. 디즈니 애니메이터 벤 샤프스틴은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명왕성 발견의 영향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1941년 글렌 T 시보그는 우라늄(천왕성), 넵투늄(해왕성) 등 새롭게 발견된 행성의 이름을 원소의 이름에 붙이던 관습에 따라 명왕성 다음으로 만들어진 새 원소에 플루토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이크 브라운/지웅배 옮김/롤러코스터/2만원

그렇게 명왕성은 76년간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 사이 기술 발달과 함께 망원경 등 천체 관측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21세기에 들어서자 명왕성과 비슷한 타원 궤도를 도는 유사한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2005년에 발견된 왜행성 에리스는 당시 명왕성보다 질량이 약 27% 더 큰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명왕성이 태양계 외곽의 여러 얼음 천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로 인해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에서는 현대 천문학 사상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회의에서 학자들은 명왕성의 거취에 관한 문제를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행성의 정의에 대해서도 다퉜다. 유일하게 미국인이 발견한 행성인 명왕성을 지키려는 미국 천문학자들은 이날 에리스와 명왕성을 포함해 행성을 12개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IAU 회의 참석자들은 투표를 통해 명왕성을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지위를 낮췄다.

얄궂게도 명왕성의 강등은 2006년 1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발사한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가 임무를 위해 출발한 이후 얼마되지 않아 결정됐다. 뉴허라이즌스호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의 임무도 한순간에 ‘태양계 마지막 행성 탐사’에서 ‘왜소행성 탐사’로 내려앉았다. 이 탐사 미션의 수석 조사관이었던 행성과학자 앨런 스턴은 IAU의 결정을 비난하며 그들을 “천문학계의 망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명왕성은 그 이름을 잃고 134340이라는 식별번호를 달았다. 한동안 명왕성을 지켜달라는 항의 시위가 열리고, IAU에 협박 전화나 편지도 빗발쳤다. 방탄소년단(BTS)은 노래 ‘134340’에 ‘그럴 수만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어. 그때 왜 그랬는지 왜 날 내쫓았는지’라는 가사를 붙이기도 했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학계를 중심으로 명왕성 강등 사태에 대한 의문과 서운함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항의와 비난의 타깃이 된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마이크 브라운이다. 그는 명왕성 퇴출의 결정적 근거가 된 에리스를 발견한 천문학자다. 브라운은 천문학자로서 최고의 영예가 될 ‘열 번째 행성의 발견자’, ‘행성을 발견한 살아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칭호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에리스를 명왕성과 함께 행성으로 분류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명왕성 킬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책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는 그가 새로운 천체를 찾고 행성의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이 사건의 전말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이 책에서 브라운은 자신의 팀원들과 끈질기게 우주를 관측하고,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천문학계에서는 이미 태양계 안에서 행성 같은 중요한 천체는 다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달랐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그는 2002년부터 새로운 천체들을 발견해내기 시작했고,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소천체들이 태양계 최외곽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뜨거운 열정이 한 스푼 담긴 줄거리에 그들만의 ‘이과적’ 유머가 더해져 과학서적인데도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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