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부친과 함께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마쳤다. 윤 전 총장은 선거운동 지원에는 선을 그었지만, 부친과 함께 사전투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보수층인 야권 지지를 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별 다른 발언 없이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4분쯤 부친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넥타이를 하지 않은 감색 양복 차림으로 왔다.
윤 전 총장은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첫 공식일정으로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아내분과 투표장을 찾는데 오늘 부친과 함께한 이유는 무엇인가”는 등 기자들의 질문에 “보시다시피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만 말했다.
이후 오전 11시11분쯤 투표가 끝난 후에는 “사퇴 후 행보에 대해 검찰 내부의 정치적 중립성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권행보로 해석해도 되나”, “사전투표 마친 소감 한 말씀”, “추후 입당 등 정치적 행보는 언제쯤 본격화 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K7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당초 윤 전 총장은 투표 전 기자들의 질문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날 오전 돌연 현장에서의 어떤 인터뷰나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앞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이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내놨다. 윤 전 총장이 선거 이슈를 직접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과 나눈 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통화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2차 가해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현 여권이) 잘못을 바로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시민들의 투표가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투표하면 바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지금까지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는 몇몇 외부 활동만 있었을 뿐”이라며 “질문이 와 윤 전 총장답게 직설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H직원들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 “(국토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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