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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내로라하는 건축물, 이 남자 손을 거쳤다 [나의 삶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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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3 06:00:00 수정 : 2021-04-02 22: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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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회 美 PDI 디자인 그룹 회장

60년 전통 세계적 건축업체
미네소타 도시 건축물은 기본
도하타워·베이징 올림픽타워…
삼성동 아이파크, 풍수도 고려
107층 부산 롯데호텔까지 맡아

인간·친환경 중심… 70여개국 진출
대법원에 자연채광 들게 만들어
재판관들 얼굴에 위화감 없애
인간 삶과 건물 호흡 맞추도록
100년 후 내다보고 가변적 설계

작지만 예쁜 조립 주택 보급 꿈
가난한 나라 필요한 모든 곳에
대량 공급하는 일 벌여보고 싶어
새 프로젝트 떠올릴 때마다 전율
디자인 통해 사람들에 행복 전파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허승회 회장은 북미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 70여개 나라에 진출해 있는 PDI 디자인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PDI 디자인 그룹, LTD 제공

해마다 500여 개 행사가 열리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랜드마크 미니애폴리스 컨벤션센터, 그리고 미네소타 대법원과 고등법원,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과 험프리 기념관, GE 캐피털 본사, MPR 방송국, 미네소타 밖으로는 LA 킹스랜드 단지, 괌 스타샌드 리조트, 칠레 산티아고 미국대사관, 카타르 도하타워, 중국 베이징 아시안게임 올림픽타워, 상하이 게이트웨이 콤플렉스, 충칭 복합단지, 난징 CBD 파이낸셜센터, 호주 퀸스아일랜드 허비베이, 아제르바이젠 골프 커뮤니티 단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60년 전통의 세계적 건축업체 PDI 디자인 그룹을 이끄는 허승회(78) 회장이 직접 설계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들이다.

건축가 허승회는 미국 건축가협회가 선정하는 최고 영예의 AIAMN 골드메달 수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를 만큼 건축가로서 그리고 우수 경영자로서 세계 건축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95년 일찌감치 미국건축가협회(AIA) 명예원로회원으로 추대된 허 회장은 한국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1999년 명예원로회원 선정위원으로 선출되어, 이후 한국 건축가 7명을 명예원로회원에 추대하는 등 길을 열어왔다.

2005년 클린턴 전 미대통령을 따라 한국을 방문했는가 하면, 2008년에는 해외 이민자로서 건축 분야 공로와 아시아인 권익 보호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 연방의회에 영구 기록되는 영예의 엘리스 아일랜드상(Elis Island Medal of Honor)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발이 묶여 세계 곳곳 출장을 미룬 채 주로 하와이에 머무르고 있다는 그를 줌(ZOOM)을 통해 만났다.

“우선 건물 사용자가 쓰기 편하도록, 주문자가 원하는 건물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주위와의 조화도 배려해야죠. 주변 커뮤니티와 잘 어울려야 하고, 상징도 중요합니다.”

허 회장의 설계는 ‘인간중심’과 ‘친환경’으로 유명하다. 건물에 자연채광 형식을 즐겨 택하는데, 미네소타 대법원의 경우 벽과 벽 사이를 타고 반사되어 내려오는 동안 이미 온화해진 햇빛이 재판정에 앉아있는 재판관들의 얼굴에 머물러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는 ‘가변적 설계’ 또한 중히 여긴다.

“건물은 50∼100년 사용하는 동안 기능이 종종 바뀌게 됩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융통성 있는 공간을 배치해 놓아야 해요. 줄었다 늘었다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설계 때부터 이 점을 고려해 반영합니다. 그래야 인간의 삶과 건물이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되거든요.”

이는 PDI 디자인그룹의 건축 철학이기도 하다.

“PDI의 설계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기능을 중시하면서 예산에 맞추어 설계합니다. 자연의 이기를 철저히 활용하는 친환경 건축에 충실하지만, 인간이 조금씩 다르듯 우리가 설계한 건물도 위치, 기능, 예산 등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는 거죠. 무엇보다 ‘건물주의 꿈을 건축으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고심하고, 사용자와 운영 관리자의 입장에서 설계’하기 때문에 건물 형태가 능동적 변화를 따릅니다. 제법 까다로운 디자인 철학을 반영하면서도 입맛에 딱 맞는 건물을 지어 드리니깐, 세계 곳곳의 주문자들이 우리를 찾나 봅니다. 하하.”

 

허 회장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친근하게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레지던스 한남 더힐과 삼성동 아이파크가 눈에 띈다.

“아이파크의 경우, 재물을 상징하는 물이 집으로 흘러 들어오는 조망을 구현했습니다. 강에 대한 경관을 극대화 한 거죠. 또한 복잡한 큰길에서 곧장 주거단지로 진입하기보다는 출입구를 대지 뒤로 돌려 설치해 여유를 부여했어요. 뒤편 진입로에 인공 폭포를 만들고 꽃나무를 심어 새소리를 들으면서 집에 들어오도록 꾸몄습니다.”

그 배경에는 한국인들이 주목하는 ‘풍수’와 조망, 향, 통풍 및 친환경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

곡선형 주거 단지 한남 더힐은 각 유니트 사이에 스카이 가든을 두어 야채와 꽃을 가꿀 수 있고 통풍작용 또한 원활하다. 아랫집 지붕가든이 윗집 가든처럼 보인다.

을지로 재개발과 세종문화회관 확장 프로젝트도 맡았다.

부산 롯데호텔(107층)과 벡스코(BEXCO), 대구종합무역센터, 창원 컨벤션센터 등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컨벤션센터는 대개 그 도시를 상징합니다. ‘부산’하면 ‘갈매기’죠. 그래서 갈매기가 비상하는 형태에 부산의 진취성을 버무렸어요. 롯데호텔에는 우리 저고리 등에서 볼 수 있는 곡선을 응용했습니다.”

동두천 영상단지, 춘천 G2 프로젝트, 원주 기업도시, 천안 U-Lake 도시 개발 등도 PDI 사업이다.

허 회장은 2006년부터 PDI 디자인 그룹을 재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특히 ‘PDI 컨소시엄 회원사 시스템’을 적용해 지구촌 곳곳에서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팀을 구축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재 각 나라 120개 회사가 PDI 컨서시움 멤버로 등록되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회원사를 500개로 확충할 계획인 허 회장은 “그리하면, PDI가 선정하는 건설 관련 자재도 ‘PDI Certified’ 마크를 찍어 품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글로벌 설계 전문기업으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전세계 건축산업의 인재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출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많은 회사들이 무너졌지만,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었습니다.”

허 회장은 1970년 문교부에서 일할 때 만난 미네소타 교육대학 켈러 학장의 권유로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는 현장 최고 건축사들이 교수가 되어 후학을 양성했는데, 첫 수업에서 명성을 날리던 레너드 파커 교수를 만나 그의 눈에 들었다. 파커 교수의 건축사무소에 인턴십으로 들어간 허 회장은 착실히 실무경험을 쌓아 나가며 배운대로 성과를 내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당시 미국 건축학계를 풍미하던 사조는 브루털리즘으로, 대부분의 건물들이 거친 콘크리트 덩어리였다. 1980년대엔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했고, 90년대 들어 디콘스럭셔니즘 등 각종 사조가 난무하다 미니멀리즘이 대두하여 2010년대까지 이어졌다. 모더니즘을 고수한 파카 교수는 기능, 편리성, 효율성을 추구하며 건축주와 사용자를 고려한 건축에 예술성을 추가했다. 허 회장은 스승의 설계 철학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건축감성을 살려 시대적 변화를 통찰하는 감각을 키워갔다.

“제가 미국 건축계에 몸담고 일한 지도 50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유행 사조들이 시대를 넘어 다시 반복됩니다. 설계란 인간을 위한, 인간이 원하는 건물의 형태와 공간을 만드는 일이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이지요.”

1997년 허 회장은 파커 교수가 설립한 TLPA(The Leonard Parker Association)의 새로운 대표로 취임했다. 파커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건축가였음에도 능력을 갖춘 허 회장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주었다.

허 회장은 감옥, 병원 등을 설계하지 않는다는 스승의 원칙을 깨고 기능적인 건물도 설계하겠다는 주장과 함께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 성장을 주도했다.

한때 PDI는 디자인을, 듀랜트는 경영을 맡는다는 조건으로 듀랜트그룹(Durant Group)과 통합했으나 문화 차이로 분리한 뒤, PDI 월드그룹을 새로이 출범시켰다.

허 회장의 실력과 브랜드 네임이 알려지면서 업무 영역도 지구촌 곳곳으로 확장되었다. PDI 디자인 그룹은 현재 북미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 7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괌과 아제르바이젠,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서는 골프 리조트 & 빌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공정이 중단된 데가 많아요. 사우디, 쿠웨이트 …, 페루 리마의 병원 33개도 빨리 지어야 하는데….”

혼잣말하듯 걱정하면서도 “재택근무로 인한 주택설계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귀띔한다.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넓은 집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요. 집 안에 사무실과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을 함께 배려해 설계해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그를 늘 깨어있게 한다. 안정을 포기하고 도전을 택해온 그의 용기가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평생사업으로, 작지만 예쁜 조립식 주택 보급운동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가난한 나라 필요한 모든 곳에 대량 공급하는 일을 벌여보고 싶단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그는 “새 프로젝트를 떠올릴 때마다 전율을 느낀다”며 “훌륭한 건축가는 훌륭한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00세까지도 기운차게 내달릴 기세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허승회는 누구? ●1943 인천생 ●제물포고 ●한양대 건축공학과 ●미네소타 주립대 건축대학원 석사 ●1997 Leonard Parker (TLPA) CEO ●2006 PDI World Group LLC 설립(Leonard Parker 인수) ●2011 PDI Design Group, LTD로 회사 개명. PDI Global LLC, PDI Homes Group 설립 ●세계 한상 Leading CEO ●하와이대 건축대학 겸임교수, 한양대 공과대학 명예교수 ●미국 건축가협회 원로명예회원 추대(종신), 대한건축학회 원로명예회원 추대(종신), 한국건축가협회 원로명예회원 추대(HFKIA), 대한건축사협회 원로명예회원 추대(HFKIRA) ●1997 아시아 태평양 지도상, 아시아인 지역 개발(APECD)상, 2008 엘리스 아일랜드상(Ellis Island Medal of Honor) 수상 ●2018, 2020 AIAMN Gold Medal 노미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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