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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동향] EU, 천연가스와 원전을 ‘녹색’에 포함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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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1 23:34:19 수정 : 2021-04-01 23: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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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 기준 ‘EU 택소노미’
초안에는 천연가스·원전 제외
최종 결정 앞두고 포함 움직임
원전 안전·탄소배출 저감 조건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라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흑과 백이 분명하지 않은, 회색 영역에 있는 사안에 대해 사회통념에 따른 나름의 논리적인 이유를 들며 명쾌한 기준을 정해주는 코너였다. 환경부가 올해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인 ‘K-택소노미(Taxonomy, 녹색분류체계)’는 녹색을 가르는 ‘애정남’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녹색금융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활성화하고 그린워싱은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색의 영역에 있는 경제활동 중 ‘무엇이 녹색인가’를 가름해주는 올바른 기준이 중요하다.

참고가 되는 기준들은 많다. EU의 택소노미, 기후채권이니셔티브의 기후채권 택소노미, 국제표준기구(ISO)의 택소노미, 중국의 녹색채권 프로젝트 목록, 일본의 전환금융 지침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기준이 있으면 간명하겠지만, ‘애정남’의 기준이 되는 사회통념이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듯이 각국의 특수한 여건과 역량 또는 사용자의 수요와 용도가 달라 다양한 분류체계가 개발되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경제활동에 대해 판단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항공산업의 경우 현재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능한 저탄소 대안이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택소노미는 절대 기준이 아니며, 기술발전 및 여건의 변화 등을 반영해 업데이트하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은 EU의 택소노미이다. EU는 2018년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분류체계 수립’을 꼽은 이후 2019년 그 법적근거인 택소노미 규정(TR)을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유럽 대기업 비재무공개지침에 있어 의무적으로 EU 분류체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즉 경제활동에 대해 분류체계라는 동일한 기준에 따라 녹색에 해당하는지를 가르게 된다. B기업 매출의 13%가 녹색으로 분류되는 데 비해, A기업은 매출의 11%만 녹색이라는 비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택소노미 규정(TR)은 6개의 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 목표들 중 ① 하나 이상의 목표 달성에 상당히 기여하면서 ② 다른 목표들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③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준수하는 동시에 ④ 기술선별기준에 부합하는 경우”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인정한다는 기준의 틀거리를 마련하였다. 설정된 6개의 환경 목표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 및 해양생태계 보호 △자원순환 경제로 전환 △오염물질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복원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술선별기준(TSC) 등 상세 기준을 위임 법률로 제정할 예정으로, 작년 11월 일부 가이드라인 초안이 공개되었다. 초안에 따르면 천연가스의 경우 녹색 활동으로 분류되기 어려운데, 이에 관련 업종과 국가들의 반발이 컸다. 원전, 수송, 수력발전소, 바이오매스와 같은 분야 역시 이해관계자들의 논란이 거셌다.

그런데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유럽위원회가 천연가스와 원전을 녹색의 범주에 포함시킬 조짐이 보이고 있다. EU 자문위원들은 원전의 녹색 산업 분류와 관련해 과학전문기관 공동연구센터(JRC)에 추가보고서 발간을 의뢰했는데, JRC는 ‘원전은 안전하여, 다른 목표들에 중대한 위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기준을 충족한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최근 공개된 택소노미 초안의 부록에는 “만약 일반적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자원보다 킬로와트당 최소 50% 이상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면 가스 및 기타 액체 화석연료를 발전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문구가 추가됨으로써 천연가스를 녹색에 포섭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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