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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친이민정책 회귀 기대… 국경 몰려드는 中美 ‘캐러밴’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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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3 20:00:00 수정 : 2021-04-03 16: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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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불법 입국 20년 만에 최대

작년 10월이후 4개월간 국경서 38만 체포
전년비해 42%나 증가… 2007년이후 최대
체포자 82% 단신 성인남성… 60% 멕시코인
밀입국 아동·청소년 3월에만 1만7000여명
코로나사태 속 수용시설 절대 부족 문제
“미국만 들어가면 추방 안될 것”… 계속 유입
현 행정부 사상 최대 경기부양책도 영향

공화 “국경 봉쇄 트럼프 옳았다”… 정치 공세
정부·민주 실책 땐 내년 중간선거 악재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1월 17일 온두라스 주민들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캐러밴' 행진을 시작했으나 1차 관문인 과테말라에서 이를 막으려는 군경과 대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남쪽 국경으로 밀려드는 멕시코 등 중미 지역 국가 출신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정부가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불법 이민자 입국을 철저히 봉쇄한 것과 달리 바이든 정부는 ‘인도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불법 이민자 차단 및 추방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부모 등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청소년과 아동 불법 입국자들이 쇄도함에 따라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바닥났다. 특히 중미 지역에서 불법 입국자들이 임시 수용시설 등에 빽빽이 들어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위기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최고책임자로 하는 정부 대책반을 편성했으나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할 묘책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바이든 정부가 처한 남부 국경 불법 입국자 범람 사태를 심층 진단한다.

◆불법 입국자 20년 만에 최다

텍사스주를 포함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을 통해 멕시코 등 중미 지역 국가 출신 주민들이 미국으로 밀려든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최근 불법 입국자는 지난 20여 년 사이에 가장 많다. 지난 2014년과 2019년에도 불법 입국 외국인이 쇄도했으나 그 당시에는 주로 가족 단위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채 혈혈단신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부모 없이 불법 입국을 강행하는 청소년과 아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2021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2월 말까지 4개월 동안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외국인은 38만2000명가량이라고 WSJ가 보도했다. 이는 2019 회계연도의 같은 기간에 비해 42%가 증가한 것이고,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불법 입국자가 일시적으로 줄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코린토에서 폭동진압 군장을 한 군인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북상하려는 온두라스 출신 이민 행렬(캐러밴)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세관국경보호국(CPB)에 따르면 올해 회계연도에 붙잡힌 불법 입국 외국인의 82%가량이 단신으로 온 성인 남성이다. 이 중 60%가량은 멕시코 주민이다. 이들은 대체로 미국에서 저숙련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미국 농가에서 일하거나 도시에서 일용직으로 일해 돈을 벌려는 게 이들의 주된 목적이다.

◆부모 없이 입국하는 아동과 청소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트럼프 전임 정부도 부모 없이 불법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아동·청소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으나 바이든 정부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바이든 정부에선 3월 들어 하루 평균 550명가량의 중미 국가 출신 아동·청소년이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채 밀려들고 있다. 지난 3월에만 1만7000명 이상의 아동과 청소년이 단신으로 미국 국경을 넘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불법 입국 외국인 청소년이 가장 많았을 때는 2014년 6월 당시의 1만620명이었고, 트럼프 정부에서는 2019년 5월 1만1475명이었다고 WP가 전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최근 입국한 외국인 아동·청소년 중 4분의 3가량이 15세 이상이고, 12세 이하는 13%가량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을 안전하게 수용할 시설이 미국 내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는 임시 텐트를 설치하는 등 수용시설을 만들고 있으나 코로나19 집단감염 위기 속에서 이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44년 제정된 연방 보건법인 소위 ‘타이틀 42’에 따라 불법 외국인 입국자를 재판 없이 즉각 추방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바이든 정부의 경우 처음에 가족 동반 입국자와 성인은 추방했으나 아동·청소년은 본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CPB는 국경을 넘은 아동과 청소년을 72시간 이내에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 HHS가 20일 이내에 해당 아동과 청소년의 미국 내 가족이나 친척을 찾아 인계하면, 이들은 다음에 이민 담당 법정의 판결을 받아 미국에 체류할 수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 내 가정으로 인계되는 아동과 청소년의 비율이 80%를 넘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미국행 이민길에 나서고 있다. 산페드로술라=연합뉴스

◆불법 입국자 급증 이유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중미 국가 주민들이 느는 대표적 이유로는 바이든 정부 출범이 꼽히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철저한 반이민 정책을 동원했으나 바이든 정부는 친이민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미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미국 땅에 들어가기만 하면 추방을 당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외국인들이 과감하게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것이다.

코로나 19 확산 추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3월 말 현재 전체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이미 백신 주사를 맞았다. 이때까지 인접국인 멕시코의 백신 접종 비율은 5%가량에 그쳤다. 미국은 현재 내·외국인 구분 없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부분적인 정상 생활로 돌아가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이든 정부는 또한 최근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경기부양책을 시행한 데 이어 다시 3조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한 추가 부양책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해 6∼7%가량 성장할 전망이라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투자은행 등은 분석한다. 미국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에서 벗어나면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중미 국가 주민들이 돈벌이를 찾아 미국으로 들어오려 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마이너스 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멕시코 출신 남성 불법 입국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바이든의 정치적 위기

미국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자 급증 사태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공화당은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설치하고 불법 이민자 입국을 철저히 봉쇄했던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옳았다며 바이든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국경장벽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외국인에게 국경을 열어주고 있다고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주장했다. 공화당은 현재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바이든 국경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정치 공세를 편다.

미국은 당장 내년 말에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한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남부 국경의 불법 입국자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해결과 경제 회복에 국정 운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팬데믹에서 벗어나더라도 남부 국경이 흔들리면 이것이 중간선거의 최대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정부가 단기간 내에 미국 국경을 넘는 외국인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국경 수비를 대폭 강화하면서 불법 입국자를 모두 추방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겠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그렇게 하면 미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멕시코 정부가 자국민의 미국 불법 입국 시도를 철저히 차단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또 멕시코가 이른바 ‘마의 3국’으로 불리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주민들이 멕시코를 경유지 삼아 미국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멕시코 국경 수비를 강화하도록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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