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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털 박힌 경항모… 해군 “속 터진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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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28 06:00:00 수정 : 2021-03-28 09: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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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 전력화될 한국 해군 경항모 상상도. 현대중공업 제공

2033년까지 3만t급 경항공모함을 전력화하려는 해군의 구상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재해권 유지를 위해서는 경항모가 필수라는 주장도 있지만, 가성비 낮은 표적함이라는 비판과 사업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경항모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한 것과 관련,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경항모) 필요성 유무를 따져보자 했는데, (국방부는) 나쁘게 이야기하면 국회 너희들은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국회 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계획한 대로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내년쯤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경항모 비판이 커지면서 해군의 속앓이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속 썩는다” “답답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항모 크기와 호위전력 등 논란 여전

 

논란이 많은 부분은 함재기인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와 호위전력, 비용 등이다.

미 해병대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가 강습상륙함 와스프함 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사출기나 스키점프대가 없는 F-35B가 경항모에서 쉽게 이륙하려면 조종석 후방에 설치된 수직이착륙을 돕는 리프트 팬의 추력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경항모의 맞바람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고속 항해하는 경항모를 잠수함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군 손원일급 잠수함 수중 최고 속도는 20노트.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의 최고 속도는 22노트다. F-35B 이착륙과 적 잠수함 회피를 위해 경항모가 순항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 잠수함은 보조를 맞춰 움직이기가 어렵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중에서도 고속 항해가 가능한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한다. 미국 버지니아급과 프랑스 바라쿠다급은 속도가 25노트 이상, 영국 아스튜트급은 30노트에 달한다. 

 

한국은 현 정부 출범 초기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거론됐다.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핵연료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어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의 지원이 없다면, 경항모는 구축함과 군수지원함만 대동한 채 먼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구축함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이 우수해도 잠수함의 존재 여부는 항모 호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영국군 F-35B 전투기가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갑판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항모가 해상초계기와 지상 발진 해상작전헬기, 호위함 등의 지원이 쉬운 한반도 인근에서 주로 작전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늘에서의 위협으로부터 항모전투단을 지키는 방공 작전능력도 논란이다. 

 

바다에 떠 있는 구축함은 전투기보다 한 장소에 더 오래 머물며 적 항공기를 저지할 수 있다. 적 해상초계기 지원을 받으며 레이더 수평선 밑에 숨어서 다가오는 적 전투기 위협에 노출되는 문제점도 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 경항모를 노리고 출격한 아르헨티나 해군 슈퍼 에탕다르 공격기가 쏜 엑조세 공대함 미사일에 영국 해군 방공구축함 쉐필드함이 격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항모는 유사시 적군의 첫 번째 표적이 된다. 특히 양적, 질적 측면에서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중국 공군과 해군 항공대 전투기들을 상대하려면, 냉전 시절 미 해군 F-14 전투기가 항모전투단 방공 임무를 맡았던 것처럼 구축함과 함재기를 함께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함재기 30여 대를 탑재할 수 있는 6만~7만t급 항모를 건조해야 한다. 그래야 항모 보호와 적 함대 또는 지상 공격 작전이 가능하다. 현재 제시된 경항모의 실제 크기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030년대 이후 모습을 드러낼 한국 해군 항모전투단 상상도. 경항모와 구축함,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다. 해군 제공

문제는 가성비를 택하면 작전에 제약이 생기고, 작전능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 항모 크기를 늘리면 예산 문제 등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경항모 크기를 늘리려면 비용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6만~7만t급 항모 획득비는 5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군, 경항모 비판 적극 반박

 

경항모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지속되자 해군은 적극적으로 주요 사안을 설명하는 모양새다.

 

중대형 항모 필요성 주장에 대해 해군은 경항모의 효용성을 강조한다. 

 

해군 측은 “더 많은 항공기를 탑재하는 중대형 항모가 경항모보다 전투력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항모는 가성비와 운용목적, 작전효과 등으로 운용국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위 전력 문제에 대해서는 이지스구축함과 차기구축함(KDDX),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등 100㎞ 이상 떨어진 대공표적을 요격할 수 있는 함대공미사일과 첨단 레이더를 장착한 함정들이 있어 기본적인 대공방어는 호위함정들이 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F-35B가 공군 F-35A보다 비싸고 무장탑재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해군은 F-35B는 청주 공군기지에서도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작전이 가능하며, 대당 평균 출격 가능 횟수는 F-35A보다 더 많다고 강조한다.

 

무장 탑재량에 대해서는 수직이착륙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직이착륙기는 AV-8B처럼 좁은 공간에서 기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만든 기체다. 일반 전투기와 유사한 항속거리나 무장탑재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적 해안에 상륙하는 미 해병대를 지원하고자 개발된 F-35B는 무장장착에 걸리는 30~60분으로 F-35A(90분)보다 훨씬 짧다.

 

북한 내륙 지하시설은 공군 F-15K에 탑재되는 벙커버스터나 육군 현무-4 탄도미사일 등으로 파괴할 수 있다. 개전 초기 한미 연합군이 공격할 표적 중 지하시설은 전체 표적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미 해군 LA급 핵추진잠수함 루이즈빌함이 인도양을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구축함을 비롯한 경항모 호위전력을 확보하는데 수조원이 소요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군은 “추가 예산소요는 많지 않다”고 반박한다.

 

유사시 경항모와 함께 움직일 함정은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과 차기구축함(KDDX),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3000t 잠수함, 군수지원함 등이다.

 

세종대왕급 3척과 충무공이순신급 6척은 이미 확보됐다. KDDX 6척과 3000t급 잠수함 6척, 차기 이지스함 3척은 2033년까지 전력화될 예정이다.

 

해군은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지닌 전투함들을 작전 성격에 따라 추가하거나 제외하는 모듈형 방식으로 호위함대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운영유지비도 당초 예상보다 높지 않다고 해군은 설명한다. 해군이 방위사업청 선행연구와 현대중공업의 개념설계 자료로 추산한 경항모 1년 평균 운용비는 501억 원, 30년 운용비는 1조5032억 원이다. 

 

승조원 부족 문제는 해군이 자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해군은 개념설계 결과를 토대로 경항모 승조원 규모를 440여 명(장교 30여 명, 부사관 240여 명, 수병 170여 명)으로 설정한 상태다.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성능 점검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기에 필요한 인원은 2031년부터 퇴역할 것으로 보이는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 승조원(약 670명)으로 충원한다.

 

이외에도 해군기지 보조정을 비롯한 교육, 군수 등 비전투부대 병력은 민간 인력으로 전환, 현역은 신규함정에 투입된다. 

 

미래 신기술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와 인력 감소도 이뤄진다. 1998년 전력화된 광개토대왕함(3200t)은 승조원이 270명이지만, 2024년 배치될 세종대왕급 배치-2(7500t)는 220명이다. 배는 커졌으나 인력은 감소한 셈이다.

 

경항모에도 이같은 기조가 적용된다. 다양한 무장 및 전자장비들을 합친 통합전투체계를 구축해 전투 효율성은 높이고 운용병력은 줄인다. 

 

문자정보망과 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KNTDS) 등 4개의 지휘통신체계는 해군 전술C4I체계로 통합된다. 

 

함대공미사일과 근접방어무기, 원격사격통제체계와 다기능위상베열레이더, 관제레이더 등 15종의 무장과 탐지체계는 단일 전투시스템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통합체계로 구축될 예정이다. 항해와 추진체계도 각각 함교 통합체계, 통합 기관제어체계로 합쳐진다. 

한국 해군 경항모 상상도. F-35B와 헬기 등이 탑재된다. 해군 제공

이러한 방식으로 수십 종에 달하는 경항모 세부 체계는 지휘 통제와 통신, 탐지와 무장, 항해, 추진 등 4개로 통합된다. 해군은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해 통합전투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영국 등 선진국과의 협력도 거론된다. 항모 퀸 엘리자베스 건조에 참여했던 밥콕, BAE시스템즈, 탈레스 등의 업체들은 한국 경항모 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수준의 자동화 기술로 운용인력을 최소화한 퀸 엘리자베스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한국 해군에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2033년 모습을 드러낼 3만t급 경항공모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며 경항모가 강력한 핵심 해군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항모가 실제로 한국 해군의 중심이 되려면,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효용성이나 보유 당위성 못지 않게 건조에서 퇴역에 이르는 전 단계를 미리 짚어보면서 최적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략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경항모를 만드는 과정을 면밀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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