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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난치병과 힘겨운 1인 마라톤…천안시민들 "함께 뛰자" 응원 나섰다

입력 : 2021-03-24 15:19:26 수정 : 2021-03-24 17: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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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고향 천안시민들 IMF시절 받았던 위로, 이제는 우리가 갚고 싶다
천안시체육회 후원회 결성하고 이봉주 이름 건 마라톤대회 추진
박상돈 천안시장, 천안 고향집 찾아가 어머니와 이 선수 위로 격려
지난 22일 박상돈 천안시장과 시체육회장 등이 천안시 성거읍 소우리 이봉주 선수의 고향 집을 찾았다. 왼쪽부터 한남교 천안시 체육회장, 공옥희 여사, 이봉주 선수, 박상돈 천안시장, 성철재 천안시 육상연맹관리위원장. 박 시장 페이스북 캡처.
“IMF를 극복하기 우리 국민들이 똘똘 뭉치며 눈물 흘렸던 그 시절, 이봉주 선수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세계 마라톤 대회를 제패하면서 주었던 우리에게 주었던 희망을 이제를 우리가 갚을 차례라고 생각해요. 하루속히 이봉주 선수가 건강을 회복하길 간절히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난치병과의 힘겨운 인생마라톤을 하고 있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를 응원하는 선수의 고향 충남 천안시민들의 말이다.

 

보스톤마라톤대회 우승, 올림픽 은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목에 걸며 대한민국을 빛낸 마라토너 이봉주(51) 선수가 최근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난치병과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선수의 고향 충남 천안 시민들은  “그가 세계 무대를 제패하면서 우리들에게 선사했던 위로와 자긍심을 우리들이 갚아야 할 차례”라며 그의 투병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24일 천안시와 천안시체육회에 따르면 박상돈 천안시장과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이 지난 22일 천안시 성거읍 소우리 이봉주 선수의 고향집에서 이 선수와 그의 어머니 공옥희(86) 여사를 만나 응원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날 만남은 투병 소식에 도울 길을 모색하고 있던 박 시장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이 선수가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집을 찾아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락을 취해 비공개로 이뤄졌다.

 

박 시장은 이날 만남을 가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선수의 고통스런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밝은 모습에 제가 더 힘을 받고 왔네요. 역시 '우리의 영웅' 이봉주, '봉다리 이봉주'는 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그 인간의 깊이가 다른 사람이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가 그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 병마와 싸워 이기고 다시 일어나 힘차게 다시 뛸 수 있도록 천안시민은 물론,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합니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한남교 천안시 체육회장도 페이스북에 "불굴의 의지와 투지로 마라톤의 위업을 달성했듯이 좌절을 딛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천안시체육회와 체육인들이 앞장서 돕겠습니다"고 밝혔다.

 

천안시체육회는 이봉주선수 돕기 후원회 결성에 앞서 후원계좌(농협은행 301-0288-7158-41)를 22일 개설했다.

 

후원계좌에는 개설 이틀만에 시민 수백명이 후원개좌로 성금을 보내거나 천안시체육회에 후원의사를 밝혀왔다. 기관 단체의 기부도 있지만 소액 단위 시민 개인성금이 줄을 이으면서 마라톤 영웅을 돕자는 시민공감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천안시는 당초 후원회 결성의 주축을 천안시체육회, 사회복지공동모급회, 이선수의 모교인 성거초등학교 동문회 등 세가지 안으로 으로 검토했다가 박 시장이 체육인들이 중심이 돼 돕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해 천안시체육회가 역할을 맡게 됐다.

 

2001년 4월 세계 3대 마라톤대회인 제105회 보스톤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이봉주 선수가 어머니 공옥희 여사를 모시고 천안시 문화동 옛 천안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우승소감 등을 밝혔다.

천안시체육회는 이봉주선수 마라톤대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천안시는 올 연말까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4월 정도에 천안에서 이봉주마라톤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천안시체육회가 마라톤대회 개최시기를 4월로 잡고 있는 이봉주 선수가 2001년 제105회 보스톤마라톤 대회 우승이 4월이기 때문이다. 천안시는 이 선수가 보스톤마라톤대회 우승을 기념해 2001년 가을 그의 고향집 옆 4차선 도로명칭을 ‘이봉주로(路)’로 명명했다.

 

이봉주 선수는 불굴의 투지와 얼룩진 땀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성실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스포츠맨이다.  천안의 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이봉주는 짝발이라는 신체적 불리함에도 어릴때부터 오래 달리기를 잘했다.

 

중학생때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고향집인 성거읍에서 천안시내에 있는 천성중학교까지는 왕복 20㎞ 가량 먼 통학 거리지만 이봉주는 뛰어서 학교를 다닌 날이 많았다. 훈련겸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고등학교는 마라톤부가 있는 충남 홍성 광천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실업팀에 입단해 본격적인 전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전국체전 우승에 이어 1993년 전국체전에서는 2시간 10분 27초로 대회 신기록 우승 및 체전 MVP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에는 1996년 제26회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 2001년 제105회 보스턴 마라톤 우승 등 국제대회 상을 휩쓸며 불굴의 의지를 지닌 마라토너로 국민들의 가슴에 각인됐다.

 

그러나 선수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감독과의 갈등, 소속사의 부당한 처우 등으로 무소속으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잦은 발바닥 부상도 그를 괴롭혔다.

 

그는 넘어지지 않았다. 38세의 나이에 2007년 동아일보 국제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이듬해 전국체전에서 전국체전 우승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최근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희귀병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병의 증상은 주로 목에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목이 뒤틀리면서 돌아가거나 기울어지고 턱도 의지와 다르게 돌아가는 등 통증을 동반한 근육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복부 근육에도 이상이 생겨 허리가 구부러지고 몸을 제대로 펼 수 없는 증세로 1년여 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이렇다 할 수입원도 없이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해 의료비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그의 사연이 알려졌다.

 

난치병과 인생마라톤을 하고 있는 이 선수를 돕자는 천안시민들의 마음은 ‘우리’라는 시민의식으로 발현하고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이봉주 선수의 인생역경 마라톤을 함께 뛰며 완치를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밝혔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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